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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급한 불’ 껐지만…고용·임금 ‘뚝’ 재정적자 ‘허덕’

등록 2009-09-14 22:02수정 2009-09-15 13:58

부산 감만항에서 선적을 기다리느라 가득 쌓여 있는 수출용 컨테이너들.  김봉규 기자 <A href="mailto:bong9@hani.co.kr">bong9@hani.co.kr</A>
부산 감만항에서 선적을 기다리느라 가득 쌓여 있는 수출용 컨테이너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금융위기 1년 무엇이 달라졌나] ② 한국경제
환율 뛰어 대기업 ‘활기’ 중소기업은 ‘울상’
취업 7만명↓ 실업률 3.7%…나랏빚 366조




지난해 9월15일 추석 연휴 마지막 날 한가롭게 티브이를 보던 한국 사람들은 ‘리먼브러더스 파산’이라는 뉴스를 접했다. 대부분 사람이 ‘저렇게 잘나가던 투자은행도 망하는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지나쳤지만, 오판이었음이 곧 드러났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코스피가 추락하기 시작했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까지 쫓아가 달러를 빌려달라고 사정했다. ‘제2의 외환위기’ 공포감이 온 국민을 덮쳤다.

1년이 지났다. 코스피는 2000을 향해 부지런히 올라가고 있고, 원-달러 환율은 안정세를 되찾았다. 외환보유액 창고도 다시 두둑해졌다. 정부는 ‘출구전략’(위기시 풀었던 돈을 거둬들이는 조처들. 금리인상이 대표적) 타이밍을 놓고 한국은행과 티격태격하고 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호강스러운 고민’이다. 큰불은 꺼졌다. 하지만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인지는 속단하기 이르다.

■ 거시·금융지표 브이(V)자형 반등 1년간 우리 경제의 각종 거시지표와 금융지표는 급락 뒤 급등하는 브이(V)자형 추이를 보였다.

전기 대비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금융위기가 터진 지난해 4분기 5.1%나 감소했다가 올해 2분기 2.6% 증가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선 전년 동월대비 광공업 생산은 지난 1월 -25.5%까지 낙폭을 키웠지만, 지난 7월 드디어 증가세(0.7%)로 돌아섰다. 다만 설비투자(-18.2%)와 소비지출(-1.6%)은 여전히 부진하다.

코스피는 지난해 10월24일 938.75까지 추락했지만 11일 현재 1651.70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9월초 1000원 안팎이던 원-달러 환율도 금융위기 뒤 급등을 거듭해 ‘3월 위기설’이 나오던 지난 3월3일 1573.6원까지 올라갔지만 최근에는 120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금융위기 이전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국가부도설’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는 확실히 벗어났다.

지난해 연말 2000억달러가 무너질 위험까지 처했던 외환보유액도 경상수지 흑자 행진에 힘입어 지난달(2454억6000만달러)에 지난해 8월(2432억달러) 수준을 회복했다. 이달말에는 순채무국 지위에서도 벗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금융위기 1년 국내 주요사건 일지
금융위기 1년 국내 주요사건 일지

코스피, 원-달러 환율 추이
코스피, 원-달러 환율 추이
■ 수출대기업 웃고 중소기업 울고 위기 속에서 기회를 잡은 경제주체가 있다. 반도체, 자동차 등 수출대기업은 원-달러 환율상승 덕분에 지난 1년동안 세계시장 점유율이 높아졌고, 실적도 금융위기 전보다 더 좋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74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 2분기 2조52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불황 탈출의 신호탄을 쏘았다. 3분기에는 영업이익이 4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현대·기아차도 세계 자동차업계가 불황에 허덕이는 가운데 ‘나홀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불황에 강한 소형차를 앞세우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미국시장 점유율을 지난해 8월 5.3%에서 올해 8월 8.0%로 끌어올렸다. 안성호 케이비(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환율 상승 덕에 국내 업체의 가격경쟁력이 좋아졌고, 여기에 제품경쟁력이 결합하면서 세계 시장 점유율이 확대됐다”며 “금융위기를 기회로 잘 활용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조선·해운업과 내수업종 경기는 여전히 냉기가 가시지 않고 있어 대기업 안에서도 온도차가 뚜렷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은 올해 초 정부의 대출 만기연장, ‘패스트 트랙’(신속지원), 100% 대출보증 등 각종 긴급 조처로 간신히 고비를 넘겼지만, 체력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제조업 생산을 기업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5% 증가한 반면 중소기업은 8.1% 감소했다.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지난달 2.10%까지 올라가며 금융위기 이후 계속 악화하고 있다.


‘급한 불’ 껐지만…고용·임금 ‘뚝’ 재정적자 ‘허덕’
‘급한 불’ 껐지만…고용·임금 ‘뚝’ 재정적자 ‘허덕’
■ 가계는 월급 줄고, 정부는 적자 허덕 가계 역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일자리와 임금 감소로 지갑이 얇아진 때문이다. 지난 7월 취업자 수는 전년동월대비 7만6000명이 줄어들었고, 실업률도 3.7%로 0.6%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2분기 국민의 명목소득과 가처분소득은 통계작성이 시작된 지난 2003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가구의 실질소득도 금융위기 이후 3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장민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물가가 하락세임에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실질임금의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구직단념자와 취업준비자 등을 감안한 유사실업률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경기회복의 과실을 따먹은 대기업들이 고용창출이나 임금인상 등을 통해 가계 부분으로 온기를 전파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위기를 겪으면서 적자가 가장 심해진 쪽은 정부다. 우리 정부는 경기부양 규모가 사우디아라비아,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일 정도로 적극 돈을 풀었다. 부자감세와 경기위축으로 들어오는 돈(세수)은 적은데, 쓴 돈은 많으니 적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전망한 올해 우리나라의 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51조원, 국가채무는 366조원에 이른다. 나라 빚은 앞으로 꾸준히 늘어나, 내년에는 이자 갚는 데만 16조원을 쏟아부어야 할 처지다.

안선희 구본권 이형섭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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