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감만항에서 선적을 기다리느라 가득 쌓여 있는 수출용 컨테이너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금융위기 1년 무엇이 달라졌나] ② 한국경제
환율 뛰어 대기업 ‘활기’ 중소기업은 ‘울상’
취업 7만명↓ 실업률 3.7%…나랏빚 366조
환율 뛰어 대기업 ‘활기’ 중소기업은 ‘울상’
취업 7만명↓ 실업률 3.7%…나랏빚 366조
지난해 9월15일 추석 연휴 마지막 날 한가롭게 티브이를 보던 한국 사람들은 ‘리먼브러더스 파산’이라는 뉴스를 접했다. 대부분 사람이 ‘저렇게 잘나가던 투자은행도 망하는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지나쳤지만, 오판이었음이 곧 드러났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코스피가 추락하기 시작했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까지 쫓아가 달러를 빌려달라고 사정했다. ‘제2의 외환위기’ 공포감이 온 국민을 덮쳤다. 1년이 지났다. 코스피는 2000을 향해 부지런히 올라가고 있고, 원-달러 환율은 안정세를 되찾았다. 외환보유액 창고도 다시 두둑해졌다. 정부는 ‘출구전략’(위기시 풀었던 돈을 거둬들이는 조처들. 금리인상이 대표적) 타이밍을 놓고 한국은행과 티격태격하고 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호강스러운 고민’이다. 큰불은 꺼졌다. 하지만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인지는 속단하기 이르다. ■ 거시·금융지표 브이(V)자형 반등 1년간 우리 경제의 각종 거시지표와 금융지표는 급락 뒤 급등하는 브이(V)자형 추이를 보였다. 전기 대비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금융위기가 터진 지난해 4분기 5.1%나 감소했다가 올해 2분기 2.6% 증가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선 전년 동월대비 광공업 생산은 지난 1월 -25.5%까지 낙폭을 키웠지만, 지난 7월 드디어 증가세(0.7%)로 돌아섰다. 다만 설비투자(-18.2%)와 소비지출(-1.6%)은 여전히 부진하다. 코스피는 지난해 10월24일 938.75까지 추락했지만 11일 현재 1651.70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9월초 1000원 안팎이던 원-달러 환율도 금융위기 뒤 급등을 거듭해 ‘3월 위기설’이 나오던 지난 3월3일 1573.6원까지 올라갔지만 최근에는 120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금융위기 이전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국가부도설’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는 확실히 벗어났다. 지난해 연말 2000억달러가 무너질 위험까지 처했던 외환보유액도 경상수지 흑자 행진에 힘입어 지난달(2454억6000만달러)에 지난해 8월(2432억달러) 수준을 회복했다. 이달말에는 순채무국 지위에서도 벗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금융위기 1년 국내 주요사건 일지
코스피, 원-달러 환율 추이
하지만 조선·해운업과 내수업종 경기는 여전히 냉기가 가시지 않고 있어 대기업 안에서도 온도차가 뚜렷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은 올해 초 정부의 대출 만기연장, ‘패스트 트랙’(신속지원), 100% 대출보증 등 각종 긴급 조처로 간신히 고비를 넘겼지만, 체력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제조업 생산을 기업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5% 증가한 반면 중소기업은 8.1% 감소했다.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지난달 2.10%까지 올라가며 금융위기 이후 계속 악화하고 있다.
‘급한 불’ 껐지만…고용·임금 ‘뚝’ 재정적자 ‘허덕’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