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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사퇴하자니 ‘불명예’ 버티자니 ‘가시방석’

등록 2009-09-04 20:01수정 2009-09-04 23:59

황영기 케이비(KB)지주 회장
황영기 케이비(KB)지주 회장
‘직무정지’ 황영기 KB 회장
“금융위 결정뒤 입장표명”
‘전투를 계속할 것인가, 패배를 인정할 것인가?’

황영기 케이비(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중징계가 결정되면서 황 회장이 이에 맞서 어떤 대응을 하고 나설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3일 열린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에서 황 회장 쪽 변호인은 3시간 넘게 장시간 소명을 하며 황 회장의 ‘결백’을 주장했지만, ‘직무정지’라는 금감원 실무진의 검사 결과를 뒤집지는 못했다. 케이비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4일 “금융위의 최종 결정이 남아 있는 만큼 아직은 공식 입장을 밝힐 때가 아니다”라며 “다만 금융위 결정이 나오면 황 회장의 입장 표명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관심사는 황 회장이 케이비금융지주 회장에서 물러날지 여부다. 징계를 받아도 법적으로는 현직 유지가 가능하지만, 도덕적·사회적 책임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황 회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무리한 규모 확장 전략으로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의 심각한 경영상 어려움에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황영기 회장에 대한 이번 징계 조처는 당연하다”며 “황 회장은 금융회사 임원으로서의 자격이 부족함을 깨닫고 당장 케이비금융지주 회장 직위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의 보이지 않는 압력 또한 상당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무엇이 조직(케이비금융그룹)을 위하는 길인지 잘 생각해야 할 것”이라는 말로, 사실상 사퇴를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속내를 에둘러 내비쳤다. 현재 케이비금융지주가 추진하고 있는 증권사 인수 등 여러 사업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 증권사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는 “인수합병은 신속한 의사결정과 회장의 대외적인 활동이 중요한데, 두 부분 다 취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비금융그룹 내부에서도 레임덕(권력 누수)이 가속화할 것이다.

하지만 황 회장이 이대로 금융당국의 징계를 인정하고 현직을 사퇴한다면 금융인으로서 최악의 ‘불명예 퇴진’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고 금융위에 재심 청구를 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금융당국과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식의 정면대립으로 치닫는데다 승산도 크지 않다는 점에서 선뜻 꺼내들기 쉽지 않은 카드다.

우리은행의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 또한 조만간 예금보험위원회를 열어 황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하는 한편, 황 회장에 대한 손해배상소송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황 회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그동안 승부근성과 강력한 추진력으로 ‘검투사’라는 별명으로 불리었던 황 회장이 이번에는 어떤 승부수로 난관을 돌파할지 주목된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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