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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황영기 KB금융 회장 ‘직무정지 상당’ 중징계

등록 2009-09-03 23:44수정 2009-09-04 00:21

금융당국이 황영기 케이비(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직무정지’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결정했다. 현직 은행권 최고경영자급 인사에 대해 직무정지 징계가 내려진 건 금융감독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앞으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은 3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황 회장이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파생상품에 투자해 손실을 본 것과 관련해 심의를 한 끝에 ‘직무정지 상당’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 결정은 오는 9일 금융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면 최종 확정된다. 금융위에서 제재심의위 결과가 수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금융당국에서는 보고 있다.

우리은행은 2005~2007년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파생상품에 15억8000만달러를 투자했고, 지난해 금융위기 여파로 이 상품들의 가격이 폭락하면서 투자액의 90%에 해당하는 1조6200억원을 손실처리했다. 이 가운데 황 회장 재임 때 이뤄진 투자로 입은 손실은 1조1800억원이다. 황 회장은 2007년3월 우리은행장 임기를 마치고 지난해 9월 케이비지주 회장에 취임했다.

지난 6월 우리은행을 검사한 금감원 실무진은 이날 회의에서 “황 회장이 관련 법규를 어겨가며 무리한 투자를 한 결과 우리은행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기 때문에 중징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황 회장 쪽은 대리인이 참석해 “황 회장 본인이 직접 투자 지시를 내린 적이 없고 부행장 전결로 이뤄진 적법한 투자였으며, 본인의 재임 기간에는 손실이 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결국 제재심의위는 금감원 실무진의 손을 들어줬다. 제재심의위는 금융위·금감원 4명, 외부전문가 3명으로 구성돼있다.

만약 이날 결정이 금융위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되면, 황 회장은 징계 확정일로부터 4년간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2011년 회장 임기를 마친 뒤 연임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다른 금융회사 취업도 힘들어진다. 당장 현재 케이비금융지주 회장직을 계속 유지하는데 법적인 문제는 없다. 하지만 황 회장은 금융인으로서 평판에 치명적 타격을 입을 뿐 아니라, 현직을 사퇴하라는 회사 안팎의 압력에 시달릴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황 회장이 금융위 의결 뒤 재심을 청구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주목된다.

우리은행의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도 금융위와 비슷한 시기에 예금보호위원회를 열어 우리은행이 지난 4분기에 파생상품 손실로 인해 대규모 적자를 낸 것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예보위 역시 황 회장에 대해 중징계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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