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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전략 쓸 때”
부동산시장 과열 조짐
자산가격 인플레위험 커져
금리 올려 풀린 돈 거둬야
부동산시장 과열 조짐
자산가격 인플레위험 커져
금리 올려 풀린 돈 거둬야
우리 경제의 빠른 회복세가 각종 지표로 확인되고, 부동산시장이 과열 조짐까지 보이면서 경기부양을 위해 풀었던 돈줄을 다시 죄는 ‘출구전략’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성급한 출구전략은 정부의 부양책에 기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경제에 다시 타격을 줄 것이라는 반론 또한 만만찮다.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출구전략을 최대한 늦추려는 정부와 자산가격 거품을 우려하는 한국은행 사이에 갈등이 생겨날 가능성도 점차 커지면서 출구전략 논쟁은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나오고 있는 각종 거시경제지표들은 우리 경제가 애초 예상보다 빠른 수준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표로만 보면 유(U)자형이나 엘(L)자형이 아닌 브이(V)자형에 가까운 경기회복이다. 2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경제정책포럼 세미나에서 “2분기 경제성장률이 애초 전망치인 2.3%보다 올라간 2.6~2.7%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에 비해 무려 5.1%가 감소했지만, 올해 1분기 0.1% 증가에 이어 2분기 들어 상승 폭이 더 커진 것이다.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은 실물경제보다 한발 더 앞서 나가면서 ‘버블(거품) 논쟁’까지 일고 있다.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 자료를 보면, 8월 현재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1821만원으로 리먼 브러더스 파산 전인 지난해 8월의 1815만원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지난해 금융위기 직후 극심한 신용경색과 경기침체 상황에서 나온 비상대책들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박영철 고려대 석좌교수(국제학부)는 “지난해 10월부터 돈을 많이 푼 결과 자산가격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부동산 가격은 일단 오른 뒤에 대처하려면 늦기 때문에 지금부터 브레이크를 밟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경기회복 분위기가 뚜렷해지면 풀린 돈이 부동산 쪽으로 갈 게 분명하다”며 “투기세력에 경고를 주기 위해, 늦어도 4분기 전에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2분기까지는 정부 재정지출 때문에 빠르게 회복했던 것이고, 민간부문이 자생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아직도 기업들이 투자도 꺼리고 있고, 고용사정이 나빠 가계가 소비를 늘리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출구전략은 내년에 논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정부 쪽 분위기로 보아선 당분간 출구전략은 시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증현 장관은 2일 “경기회복이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적극적인 재정정책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라며 “경기회복이 본격화됐다고 보지 않는다. 출구전략 실행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최근 “출구전략을 쓸 때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성장률’을 중시하는 정부와 달리 ‘물가관리’가 사명인 한국은행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경기가 완전히 좋아진 뒤 금리를 인상하라는 주장은 사실상 물가 상승, 집값 상승을 놔두자는 주장과 비슷하다”면서도 “대통령이 저렇게까지 말하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정부로서는 혹시 출구전략 뒤에 올 수 있는 디플레이션보다는 출구전략을 미룸으로써 생기는 인플레이션과 부동산 가격 상승이 위험이 더 적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 와중에 부동산, 물가, 시장금리 등이 계속 오르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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