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 나홀로 상승세
경기회복 기대감에 기준-시장 금리차 사상최고 벌어져
한은 “불확실성 남아있어”…오늘 산업동향 발표 주목
경기회복 기대감에 기준-시장 금리차 사상최고 벌어져
한은 “불확실성 남아있어”…오늘 산업동향 발표 주목
“지금 금융시장에서 기준금리 2%는 의미가 없는 숫자다. 시장은 기준금리를 최소 3% 내지 4%로 상정하고 거래를 하고 있다.”(한 채권 딜러)
“심리는 이미 호황이다. 정부가 워낙 강하게 시동을 걸었고 가계와 기업에서 반응도 빠르게 나타났다.”(오석태 SC제일은행 이코노미스트)
정부가 출구전략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거듭 밝히고 있지만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출구전략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시장금리가 연일 상승해 기준금리와의 차이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벌어졌다. 이는 국내 경기가 예상을 뛰어넘는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정부는 조만간 시장을 따라 출구전략을 현실화할 것이다. 하지만 경기회복의 강도가 약해지거나, 더블딥(이중침체)으로 경기가 다시 하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28일 현재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4.35%로 한은의 기준금리인 연 2.0%와 금리 차이(스프레드)가 2.3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지난 14일에는 2.61%포인트까지 올라갔다. 이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매우 이례적인 현상에 가깝다. 채권 금리는 한은의 기준금리에 의해 상승폭이 제한되기 때문에 정상적인 금리차이는 0.5~1.0%포인트 정도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준금리를 무시하고 시장금리가 나홀로 상승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시장금리를 결정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인 경기 전망이 낙관론 쪽으로 급속하게 기울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제지표만으로 보면 국내 경제는 브이(V)자형에 가까운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에 비해 무려 5.1%가 감소했지만, 올해 1분기는 0.1%, 2분기는 2.3%나 증가했다.
자산가격이나 심리지표는 금융위기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900대까지 떨어졌던 코스피지수는 1600까지 뛰어올랐고, 부동산 시장은 ‘과열’이 우려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8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7년 만에 가장 높게 나타났다.
더구나 2분기 집값이 전분기 대비 3년 만에 처음으로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미국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하반기부터 재정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경기가 살아나기 시작할 것”이라며 “국내 경기 회복세도 더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앞으로 정부가 재정지출을 줄이고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경기가 추가상승할 동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원은 “이제는 민간부문이 정부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경제를 밀어올려야 하는데 소득감소, 가계부채 등으로 소비나 투자가 크게 늘 여지가 많지 않다”며 “기대가 현실을 앞서 갔음이 점차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심 빠른 회복을 자신하면서도 ‘너무 빨리 샴페인을 터뜨리는’ 실수를 피하기 위해 신중한 자세를 좀체 바꾸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6일 “우리 경제가 회복 초기의 징조를 보이고 있지만 중환자도 회복 초기에 더욱 신중하고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아직 출구전략은 이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같은 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현 단계에서 출구전략을 언제 실행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출구전략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한국은행은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재천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2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좋긴 했지만, 정책기조를 전환하기에는 ‘지속’에 대한 믿음이 없는 상태”라며 “빠른 속도는 아니라도 회복이 지속적으로 될 거라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회복세가 이어질 걸로 보는 견해가 많긴 하지만, 불확실성이 남아 있고 회복 속도가 문제”라며 “미국경제 회복 정도, 기업의 투자 확대 여부, 가계의 소비 여력 등이 변수”라고 말했다. 낙관론과 비관론 어느 쪽이 맞을지, 한국은행과 정부가 본격적으로 출구전략을 검토하기 시작할지 여부를 가늠해줄 3분기 첫번째 경제성적표가 31일 발표되는 7월 산업활동 동향이다. 낙관론자들은 산업생산이 6월에 이어 전기대비 플러스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비관론자들은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보는 등 시장의 전망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정부는 내심 빠른 회복을 자신하면서도 ‘너무 빨리 샴페인을 터뜨리는’ 실수를 피하기 위해 신중한 자세를 좀체 바꾸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6일 “우리 경제가 회복 초기의 징조를 보이고 있지만 중환자도 회복 초기에 더욱 신중하고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아직 출구전략은 이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같은 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현 단계에서 출구전략을 언제 실행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출구전략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한국은행은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재천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2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좋긴 했지만, 정책기조를 전환하기에는 ‘지속’에 대한 믿음이 없는 상태”라며 “빠른 속도는 아니라도 회복이 지속적으로 될 거라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회복세가 이어질 걸로 보는 견해가 많긴 하지만, 불확실성이 남아 있고 회복 속도가 문제”라며 “미국경제 회복 정도, 기업의 투자 확대 여부, 가계의 소비 여력 등이 변수”라고 말했다. 낙관론과 비관론 어느 쪽이 맞을지, 한국은행과 정부가 본격적으로 출구전략을 검토하기 시작할지 여부를 가늠해줄 3분기 첫번째 경제성적표가 31일 발표되는 7월 산업활동 동향이다. 낙관론자들은 산업생산이 6월에 이어 전기대비 플러스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비관론자들은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보는 등 시장의 전망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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