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디스플레이 8세대 패널공장 짓기로
광저우시와 양해각서…4조원 안팎 투자
광저우시와 양해각서…4조원 안팎 투자
엘지디스플레이(LGD)가 중국에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공장을 짓기로 했다. 4조원 안팎의 대규모 투자이자, 첨단 핵심산업의 첫 플랜트 수출이다. 삼성전자도 중국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급성장하는 중국 시장을 둘러싼 업계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엘지디스플레이는 25일 “한국 정부와 이사회 승인을 전제로, 지난 21일 중국 광저우 당국과 8세대 엘시디 패널 공장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투자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8세대 라인의 경우 통상 4조원 안팎이 투입된다. 공장 가동 시점은 2~3년 뒤가 될 전망이다.
엘지의 중국 진출은 ‘공격적이고 파격적’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지금까지 엘시디 패널 조립공장을 임금이 싼 외국에 둔 적은 있지만, 패널 자체의 생산 거점을 외국에 두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엘지디는 현재 중국 난징과 광저우에 조립공장을 운영중이다.
수위업체들의 현재 주력공정인 8세대(2.2m×2.5m) 라인을 짓기로 한 점도 전격적이다. 엘시디 패널은 투입되는 유리기판 크기에 따라 세대를 구분하는데, 세대가 높을수록 기판이 커 효율이 높아진다. 현재 8세대는 업계 1~3위인 삼성전자·엘지디·샤프의 주력 공정이다. 대만 업체들도 올해 들어서야 8세대 양산을 시작했으며, 중국은 5~6세대에 머물고 있다. 중국으로선 단박에 수위업체들과 같은 수준의 양산기술과 공정을 확보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중국은 올해 초 ‘정보전자산업 진흥 6대 프로젝트’ 중 하나로 엘시디 분야를 선정하고 한국·대만·일본 업체들의 투자를 적극 추진해 왔다. 이 때문에 엘시디 업계에서는 ‘과연 누가 먼저 중국에 진출하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는데, 엘지가 파격적인 조건과 방식으로 제일 먼저 ‘깃발’을 꼽은 셈이다.
디스플레이서치 자료를 보면, 중국의 엘시디 텔레비전 시장은 2012년 3940만대(21%)로 유럽을 제치고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엘지디는 불과 한달 전에도 3조2700억원을 들여 경기 파주에 8세대 라인을 증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권영수 사장은 “중국 공장 설립은 엘시디 산업에서 1등을 하기 위한 기업 전략이며, 국외에 투자한다고 국내 투자를 줄이지는 않겠다”며 공격적인 의지를 나타냈다.
삼성전자도 적극적인 중국 진출 의사를 내비쳤다. 장원기 삼성전자 엘시디사업부 사장은 이날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엘지와의 패널 교차구매 협약식에 참석해 “중국 시장이 더 클 것이기 때문에 엘시디 공장을 건설하는 것과 관련해 관심이 많다. 7·8세대 모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역시 중국 업체 및 지방정부와 공장 설립을 위한 협의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패널 수요처 중 중국은 가장 빠르고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엘지가 과감한 투자 결정으로 경쟁의 신호탄을 쏜 셈”이라고 평가했다.
첨단 핵심산업의 중국 진출에 따른 ‘기술 유출’ 논란도 제기된다. 엘시디 패널은 현행 산업기술유출방지법에서 정한 ‘국가 핵심기술’이어서, 국외매각이나 합작투자 때 정부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 엘지디 관계자는 “중국의 8세대 공장이 가동될 즈음이면, 패널 수위업체들은 이미 10세대 이후 라인을 양산할 시점이어서 8세대는 범용기술이 될 것”이라며 정부의 승인을 낙관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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