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CEO 출신→공격경영 주도→금융당국 징계
황영기 케이비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중징계 추진 방침이 알려지면서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과의 닮은꼴 행로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둘 다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은행 수장으로 영입된 뒤 공격경영을 펼치며 ‘스타 행장’으로 떠올랐으나, 결국 감독당국의 중징계에 발목이 잡혀 금융업계를 떠났거나 떠날 위험에 처했다.
1952년생인 황 회장은 서울고와 서울대 상대를 나와 삼성물산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뱅커스트러스트(BTC) 서울지점,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투자신탁운용 등을 거쳐 2001년 삼성증권 사장을 역임했고, 2004년 증권계를 떠나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으로 변신했다. 행장 시절 주택담보대출 확대 등 공격적인 영업을 펼쳐 은행업계의 몸집 불리기 경쟁을 주도했다. 2007년 초 연임에 실패한 뒤 그해 10월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선대위에 합류해 금융계의 ‘엠비(MB) 측근’으로 분류됐다. 지난해 8월 국내 최대 금융회사인 케이비금융지주 회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1947년생인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은 광주일고, 서울대 상대를 나와 1969년 조흥은행 입사로 금융계에 첫발을 내디딘 뒤, 34살에 대신증권 상무를 거쳐 1997년 동원증권 사장에 올랐다. 1998년 ‘최초의 증권맨 출신 은행장’으로 주택은행장이 됐고, 2001년에는 통합 국민은행장으로 비상했다. 하지만 2003년 국민은행이 대규모 적자를 내고, 2004년 9월 금융당국에서 분식회계 혐의로 ‘문책경고’라는 중징계를 받으면서 같은해 말 임기를 마친 뒤 금융업계를 떠났다. 이후 한국투자증권 사외이사를 맡기도 했으나 지난 5월 그만뒀다.
두 사람 모두 보수적인 은행업계에 새바람을 몰고 왔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무리한 경영으로 은행에 손실을 입혔다는 비판을 아울러 받고 있다. 정부나 감독당국과는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했다. 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증권업계 출신으로, 리스크 관리를 중시해야 하는 은행의 속성과 맞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안선희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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