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월별 신규대출액 추이
대출 옥죄기에 통화정책 조정 발표 연이어
“출구전략 시작”-“단순 수위조절” 의견 갈려
고삐죄기 변화감지에 세계금융시장도 촉각
“출구전략 시작”-“단순 수위조절” 의견 갈려
고삐죄기 변화감지에 세계금융시장도 촉각
올들어 가파르게 오르던 중국 증시가 최근 주춤하는 모습이다. 은행 대출이 크게 늘고, 주식 및 부동산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중국 정부가 유동성을 조절하겠다고 밝히면서 제동이 걸린 것이다. 중국이 사실상 ‘출구 전략’을 펴기 시작했는지를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 다만 그동안 ‘확장’쪽에 치우쳐 있던 통화정책에 뚜렷한 변화가 감지되면서, 중국은 물론 세계 주요 금융시장이 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해 말 1820.81에서 지난 4일 3471.44까지 올들어 무려 90.7%나 올랐다. 하지만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는 거래일 기준 나흘 동안 하락했다. 올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이 기간 하락률은 6.4%나 됐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은행 대출 규제 소문으로 지수가 5%나 폭락하면서 미국 등 세계 증시에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최근 중국 증시가 출렁인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인민은행이 하반기 통화정책을 발표하면서 유동성을 조절하겠다는 뜻을 밝힌 탓이다. 지난 5일 중국인민은행은 ‘중국통화정책집행보고’(2009년 2분기)를 통해, 경기회복을 위해 완화된 통화정책을 유지하겠지만 ‘미세조정’을 실시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이후 증시가 하락하자 쑤닝 인민은행 부총재는 “‘미세조정’은 통화정책에 대한 것이 아니고 통화정책의 운용에 관한 것”이라며 “통화정책의 초점과 강도에 대한 미세조정이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 7일 중국 2위인 건설은행은 하반기에 신규 대출을 70% 줄이기로 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 중국 은행감독위원회는 대출금 사용처를 감독해 대출 남용을 막기로 했고, 은행이 후순위채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을 자기자본에서 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마디로 은행의 건전성 기준을 강화해 대출을 줄이겠다는 뜻이다. 대출 옥죄기는 이미 시작된 듯하다. 인민은행은 7월 신규대출이 3559억위안으로 집계됐다고 11일 밝혔다. 이는 지난 6월 1조5304억위안의 4분의 1수준이다.
중국 당국의 최근 조처를 두고, 경기과열을 진정시키려고‘출구 전략’을 집행하기 시작했다는 시각이 있다. 조용찬 한화증권 수석연구원은 “중국의 정책 변화는 미묘한 어감과 정책 내용의 변화로 나타난다”며 “대출·주식·부동산 등 3가지 거품을 해소해 경제를 연착륙시키기 위한 중국의 출구전략은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8%대 성장 목표치를 가지고 있지만 외국 투자은행들은 벌써 9%대 성장을 전망하고 내년에는 두자릿수 성장률을 점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지난해 11월 대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이에 따라 올들어 은행 대출이 크게 늘어 7월까지 증가액이 7조7226억위안에 이르렀다. 이에 힘입어 2분기 중국 경제는 7.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주가상승과 함께 주식거래량이 급증하고, 부동산 거래량도 올해 초부터 달마다 30%씩 증가하는 추세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대출 급증으로 유동성 증가율이 사상 최고 수준을 보였고, 유동성이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유입돼 자산거품 발생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중국에서 유동성으로 인한 인플레는 주식시장→부동산시장→물가상승 경로로 파급되는데 현재는 주가의 큰 폭 상승에 이어 부동산 가격 상승이 시작되는 시점으로 보이고, 이는 전면적인 인플레의 전주곡이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당국이 물가상승에 대한 경계의 고삐를 죄는 것은 사실이지만, 통화정책의 기조가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기존 ‘초완화’에서 ‘완화’ 정도로 수위만 조절했다는 것이다. 허재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통화정책에 변화가 온 것은 분명하지만 이전보다는 조금 누그러진 완화정책을 쓰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자산가격 거품에 대한 우려로 유동성이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을 지나치게 오르지 않도록 대출을 규제하는 쪽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출구전략을 본격적으로 시행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소장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출구전략 쪽에 무게를 두려면 인플레에 대한 우려가 나와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수준은 아니다”며 “앞으로도 대출 제한과 같은 일련의 정책이 이어져 중국 증시에 단기 충격을 줄 수 있겠지만 충격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아 한국 증시에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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