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아무개(34)씨는 요즘 주가지수 곡선을 보면 후회가 밀려온다. “그때 펀드에 계속 돈을 넣었으면…”. 2007년 12월께부터 국내 주식형 펀드에 달마다 10만원씩 넣었으나 지난해 11월을 끝으로 더이상 넣지 않았다. 김씨는 “그때 주변에서는 ‘이럴 때일수록 돈을 집어 넣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지만, 위험을 안고 계속 투자할 만큼 자금의 여유가 없었다”며 “가뜩이나 없는 살림에 펀드까지 깨지니 일단 납입을 멈췄다”고 말했다.
한 증권회사 과장은 “지난해 9월 리만 브러더스 파산 이후 돈 많은 사람들이야 주가가 떨어졌을 때 주식을 사는 여유가 있었겠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적립식 펀드 납입도 중단했다”며 “여윳돈이 넉넉한 사람이나 일부 전문 투자자를 빼면 주식으로 재미를 못봤다”고 말했다. 올들어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주변에서 주식으로 재미를 봤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10월24일 938.75로 최저치를 찍고 이후 서서히 오르다가 올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10일에는 1576.11을 기록했다. 지난해 최저점에 견주면 무려 67.89%나 상승한 것이다. 주가가 크게 떨어졌을 때가 투자할 기회라고 하지만, 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이들한테는 ‘공염불’에 그칠 뿐이었다.
자본시장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소득수준이 높은 가계일수록 주식시장 참여율이 높다. 소득 상위 10% 가계의 주식시장 참여율은 28.4%이지만, 하위 10% 계층은 2.4%에 불과했다. 김대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이 높은 계층이 위험자산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위기국면에서는 소득계층 간 자산격차가 줄어들지만, 회복국면에서는 위험자산의 가격 상승폭이 커 자산격차도 커지게 된다”며 “최근에도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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