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층 이상 건물 계획 발표만 10개 넘어
건설사들은 선진기술 익히고 과시 효과
빌딩오너는 일종의 ‘기념탑’ 갖고싶어해
건설사들은 선진기술 익히고 과시 효과
빌딩오너는 일종의 ‘기념탑’ 갖고싶어해
롯데그룹이 부산과 서울에서 동시에 두 개의 초고층 빌딩 건립을 준비중이다. 정부가 5년에 걸친 논란 끝에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건립 허용을 지난 3월 말 최종 확정한 데 따른 것이다. 롯데는 서울시 건축심의를 거쳐 내년 2월께 첫삽을 뜰 계획이다. 부산롯데월드를 짓는 공사는 이미 시작됐다.
2014년에 두 빌딩이 동시에 완공되면 롯데는 107층과 112층 두 개의 초고층 빌딩을 소유하게 된다. 이듬해인 2015년에는 110층짜리 현대-기아자동차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사옥과 상암 디엠시(DMC) 단지에 건립중인 133층 서울라이트가 완공된다. 또 2016년엔 용산 드림타워가 완공될 계획이다. 이 밖에도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을 짓겠다고 발표한 계획만 벌써 10개가 넘는다. 경제적 효과를 둘러싼 논란에도 초고층 빌딩 건설 붐이 유행처럼 번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 “일자리 창출…친환경 건축”? 초고층 빌딩을 추진하는 건설사와 지자체 등은 일자리 창출과 관광객 유치 등을 초고층 건축 추진의 명분으로 삼아왔다.
녹색성장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초고층 건물의 친환경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가세하고 있다. 건물을 높이 압축해 짓고 주변을 녹지화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는 설명이다. 신성우 한양대 교수(한국초고층건축포럼 의장)는 “작은 도시를 큰 도시와 연결해 도시를 팽창시키면 도심에 모여사는 것보다 환경비용이 2.2~2.4배 더 든다”며 대도시 초고층 건축의 장점을 설명했다. 이런 주장에는 만만치 않은 반론도 따른다. 지난해 10월 환경운동연합의 조사 자료를 보면, 인공적인 장치를 통해 환기와 냉방 등의 문제를 해결하다보니 30층 이상 고층빌딩의 건물 면적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25층 이하 건물의 3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승일 서울시립대 교수는 “제2롯데월드 등이 일으킬 교통혼잡 등을 감안하면 한국에서 친환경적 초고층은 (유지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 “초고층은 기술 블루오션”! 건설사 처지에서 초고층 빌딩은 빨리 선점해야 하는 사업분야로 여겨진다. 초고층 빌딩은 고부가 가치 설계와 엔지니어링 등 종합 건축기술의 결정체로, 10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을 지었다는 것 자체가 해당 건설사의 높은 기술 수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기념탑’인 셈이다. 지에스(GS)건설 관계자는 “국내는 고층 기술이 매우 약한 편이라 고층 기술로 승부하고 싶은 욕심을 가지는 것”이라며 “초고층은 일종의 블루오션으로 국내 건설사들이 초고층을 지으면서 선진 기술을 배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건설업계는 세계 최고의 시공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구조설계 부분은 취약한 게 사실이다. 버즈두바이 등도 삼성물산이 시공을 담당하고 있을 뿐 구조설계는 미국 솜(SOM)사가 맡고 있다. 현대건설 초고층팀 조석희 차장은 “우리나라 설계사들도 초고층을 설계할 수는 있지만, 지으면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축적된 노하우가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외국 설계사를 선호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설계사 가운데 초고층 빌딩의 구조 설계 경험이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시공하면 5%가량의 이윤이 남지만 구조설계 기술을 익히면 70%가량의 이익을 낼 수 있다”며 “구조설계 기술에 탐을 내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 경제성엔 회의적 반응 많은데…. 초고층 빌딩의 경제성에 대해선 건설업체 관계자들조차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국내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1000억원을 들여 지으면 1000억원의 가치가 있어야 경제성이 있는 건데 분양을 하면 1000억원 이상의 분양가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럼에도 클라이언트(고객)들은 자기가 죽기 전에 그런 빌딩의 오너가 된다는 기쁨을 누리기 위해 초고층을 짓고자 한다”고 말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미국)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도 지은 뒤 10년 동안 공실이어서 ‘스카이스크래퍼(마천루)의 저주’라는 말이 돌았는데, 롯데도 그리 되지 말란 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제2롯데월드 건립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선 “회장(신격호)이 필생의 업적으로 일종의 ‘모뉴먼트’(기념탑)를 짓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성우 교수는 “최근 발표된 건물 가운데 제2롯데월드와 상암동 서울라이트, 현대차 뚝섬 사옥 등을 제외하곤 실제로 초고층이 올라갈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용산의 땅값은 너무 올라 수익성이 의심되고, 인천의 경우 10년 뒤에나 초고층 빌딩을 추진하는 게 시기적으로 맞는다는 설명이다. 신 교수는 “초고층은 정책과 시장이 함께 결정하고 짓는 것”이라며 “수익성이 없거나 도시계획과 따로 떨어져 초고층이 올라간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신성우 교수는 “최근 발표된 건물 가운데 제2롯데월드와 상암동 서울라이트, 현대차 뚝섬 사옥 등을 제외하곤 실제로 초고층이 올라갈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용산의 땅값은 너무 올라 수익성이 의심되고, 인천의 경우 10년 뒤에나 초고층 빌딩을 추진하는 게 시기적으로 맞는다는 설명이다. 신 교수는 “초고층은 정책과 시장이 함께 결정하고 짓는 것”이라며 “수익성이 없거나 도시계획과 따로 떨어져 초고층이 올라간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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