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미국 점유율 7%…LCD 패널 점유율 50% 전망
미국·일본 등 선진기업 몫 잠식…“본격 경기 회복땐 더 탄력”
미국·일본 등 선진기업 몫 잠식…“본격 경기 회복땐 더 탄력”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출기업들의 상승세가 거침없다. 선진국에 밀리고 중국에 쫓기는 ‘샌드위치’ 신세가 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자동차·휴대전화·가전 등 주력제품군을 앞세워 국외 경쟁사들을 제치고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고 있다. 그동안 쌓아온 제품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 여기에 환율 효과에 따른 가격 경쟁력까지 더해진 것이 샌드위치 상단을 뚫고 올라서는 힘이 되고 있다. ■ 경쟁기업 점유율 빠르게 잠식 국내 주요 수출 대기업들의 올해 2분기 경영실적은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무색하게 한다. 삼성전자가 얼마 전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최대 2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잠정집계한 데 이어, 엘지(LG)전자는 분기별 사상 최대치인 1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현대자동차는 5000억원 안팎의 영업흑자가 전망된다. 특히 가전·자동차 등 완성품 분야의 실적 호조가 이어지면서 전·후방 연관산업인 기계·엘시디(LCD)·반도체 등으로 회복세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경쟁기업들이 마이너스 성장에 머물면서 국내 업체의 시장점유율 또한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들의 집계를 보면, 올해 상반기 현대·기아차의 미국 자동차시장 점유율은 7%를 웃돌 전망이다. 텔레비전 시장에서도 지난 5월까지 일본 3개사의 시장점유율은 4%포인트가량 감소했지만, 삼성·엘지는 1%포인트 상승했다. 휴대전화의 경우, 삼성·엘지 두 곳의 2분기 판매량을 합치면 사상 처음으로 점유율이 30%에 이를 전망이다.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엘시디 패널은 삼성과 엘지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이 처음으로 5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코트라는 올해 상반기 최대 규모인 미국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점유율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8%가량 높아진 반면, 일본은 2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집계했다. 코트라 관계자는 “올해 들어 전세계 수출입 규모가 매우 줄어든 상황에서 국내 주요 기업들이 기존의 몫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일본 등 선진 경쟁기업들의 몫을 상당 부분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 불리한 수출상품 구조 딛고 국내 주력 수출제품은 대부분 경기 변동성이 커 경기침체기에 불리한 상품 구조로 돼 있다. 국내 주력 수출제품은 내구소비재와 자본재의 비중이 65%에 이르는데, 과거 세계적인 경기침체기에 비춰 보면 가장 빠르게 수요가 위축되고 그 기간도 긴 제품군이다. 전문가들은 수출 대기업들의 최근 실적이 이런 불리한 수출상품 구조를 딛고 이룬 점이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강중구 엘지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수출 현황을 보면 단지 고환율과 중국 수요 등에 따른 반사이익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측면이 눈에 띈다”며 “중국 등의 저가공세에는 여전히 밀리고 있지만, 그 대신 선진 경쟁기업보다 기술력과 시장지배력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보이는 ‘역샌드위치’ 현상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상반기 최대 수출시장의 하나인 미국에서 국내 기업 10대 주력 수출품의 절대 수입액은 지난해 상반기에 견줘 모두 크게 줄었다. 그러나 기계·휴대전화·엘시디 부문에서 한국 기업의 수출액은 되레 늘었다. 자동차·반도체는 수출 규모는 줄었지만 점유율이 크게 높아졌다. 특히 첨단제품과 고가 소비재 부문에서의 점유율 상승이 두드러졌다. 미국 시장 규모가 쪼그라들었음에도, 한국 주력제품의 수출액은 상대적으로 덜 줄었거나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유신익 엘아이지(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철강·화학 등 중간재는 가격 중심 시장이어서 환율 효과가 큰 측면이 있지만, 소비재는 가격뿐 아니라 브랜드와 유통, 제품 경쟁력 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점유율 상승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이중침체’(더블딥) 우려 등 경기 불투명성이 여전하고 세계적인 수요 회복이 더딘 상황인 만큼, 하반기에도 수출 대기업들의 약진이 지속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환율 하락 등 불리한 경제 여건도 잠복해 있다. 삼성그룹 계열사의 한 사장은 “국내 수출기업에는 경쟁업체들과의 격차를 벌리고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 요인이 더 크다”며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되면 한국 기업들이 가장 많은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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