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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공짜폰 샀다고? 바가지 썼네!

등록 2009-07-13 15:01수정 2009-07-13 19:09

핸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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햅틱팝 등 인기휴대폰 10개 중 7개 ‘제품가 < 판촉비’
“삼성·엘지 2달간 판촉비 1조원” 소문…시장왜곡 우려
대리점 “공짜에 팔아도 20만원 남아”…과잉수요 불러
‘마이너스폰’ 봇물…제조업체 피의 전쟁

시중에서 잘 팔리는 휴대전화 열대 중 일곱대는, 판촉비가 출고가보다 더 많은 이른바 ‘마이너스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통신사에 이어 삼성·엘지 등 제조사들까지 대당 수십만원대의 판촉비를 지원하며 출혈 경쟁에 뛰어들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이통사 이어 제조사까지 지난 6월 중 하루에 1000대 이상 개통된 휴대전화 모델은 모두 26개로, 삼성전자 13개, 엘지(LG)전자 10개, 팬택 3개 등이다. 12일 <한겨레>가 입수한 한 대형 이통사 대리점의 ‘가격 정책표’를 보면, 이 가운데 이통사와 제조사가 지원하는 판촉비를 합치면 실제 출고가격보다 더 많은 이른바 ‘마이너스폰’이 모두 18개로 전체의 70%에 이른다. 마이너스폰은 제품 가격보다 더 많은 판촉비가 지원되기 때문에, 이론적으론 소비자가 휴대전화를 살 때 되레 돈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제조사별로는, 제조사별로는, 삼성전자의 13개 모델 중 12개, 엘지전자의 10개 모델 중 6개가 각각 마이너스폰이었다. 이통사별로는, 에스케이텔레콤(SKT)은 하루 1000대 이상 개통한 모델 10개 모두가, 케이티(KT)는 10개 중 6개, 엘지텔레콤(LGT)은 6개 중 4개 모델이 마이너스폰에 해당됐다. 이 가격표는 ‘번호 이동에 2년 사용’ 약정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출고가 44만원에 보조금이 70만원 삼성이 지난 3월 출시한 ‘햅틱팝’(SCH-W750)의 경우, 이통사 보조금(36만7천원)과 제조사 판촉비(30만4천원)를 합치면 67만1천원으로 출고가(66만원)보다 1만1천원이 더 많다. 엘지의 ‘롤리팝’(LG-SV800)도 이통사(34만7천원)에 제조사 판촉비(19만5천원)를 얹으면 출고가(52만8천원)보다 1만4천원 많다. 50만원이 넘는 고가·인기 모델들도 모두 공짜로 살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옛 모델의 경우, 판촉비와 출고가의 차이가 20만원을 웃도는 제품이 수두룩하다. 삼성의 ‘고아라폰’(2007년 5월 출시)은 출고가는 44만5500원인데, 판촉비는 제조사(31만3천원)와 이통사(37만7천원)를 합쳐 무려 69만원이나 된다. 엘지의 와인폰(2008년 4월 출시)도 판촉비가 출고가보다 20만3700원이나 더 많다.

모델별로 차이가 있지만 제조사 판촉비는 대당 평균 20만원을 웃돈다. 삼성의 경우 최고 31만3천원(SCH-W270)을, 엘지는 26만9천원(LG-SH460)을 판촉비로 지원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재고 모델을 소진하기 위해 수만원 정도를 지원한 적은 있지만, 거의 모든 모델에 대당 수십만원대 지원금을 태운 적은 여태껏 없었다”며 “거액 판촉비에 유통 비용과 부가세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제품 원가에도 못 미치는 역마진 제품을 팔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시장 왜곡…대리점만 콧노래 제조사간 제살깎기식 판촉 경쟁은 지난 4월 엘지가 선공에 나섰고 이에 삼성이 맞불을 놓으면서 격화됐다. 두 업체가 국외에서의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서 치열한 점유율 경쟁에 나섰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5~6월 두 달 동안 제조사가 쏟아부은 판촉비만 무려 1조원에 이른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제조사 고위 임원은 “2분기는 원래 전략상품 마케팅을 강화하는 시기인데다, 올해는 이통사업자간 결합상품 경쟁으로 번호 이동 수요도 많아 판촉을 강화했다”며 “구체적인 규모는 밝히기 힘들다”고 말했다.

거액 판촉비에 대리점들은 콧노래를 부른다. 기본 약정(번호 이동에 2년 의무 사용)만 채우면 가입비까지 면제해주는 ‘공짜폰’을 팔아도, 많게는 대당 수십만원의 이익이 남기 때문이다. 서울 여의도의 한 대리점 점주는 “이통사와 제조사에서 나오는 보조금(판촉비)이 많은 모델은 공짜에 팔아도 대당 20만원이 넘게 떨어진다. 지난달에 임시 판매직을 뽑아 각종 이벤트를 크게 늘렸다”고 말했다. 시중에 공짜폰이 넘쳐나면서 지난 6월 휴대전화 판매량은 300만대를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보다 30%나 급증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간 국내 시장 규모가 2천만대 남짓인데 불경기에 6월 한 달에만 월평균의 두 배가 팔린 것은 기현상”이라며 “과열 판촉이 과잉 수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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