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경제연 “고가 소비재시장 공략 ‘역샌드위치’ 현상”
상반기 원화약세와 주요 수출 경쟁상대의 침체 속에 국내 주요 수출품의 외국시장 점유율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28일 엘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우리나라 수출경쟁력 진단’ 보고서를 보면, 올해 1~5월중 우리나라의 전월 대비 수출증가율은 평균 4.4%를 기록했다. 반도체(13.0%)와 엘시디(11.5%), 컴퓨터(8.4%), 자동차(5.1%), 가전(4.8%) 등의 수출증가율이 평균을 웃돌았다. 또 1~4월중 미국시장 점유율은 전년동기에 견줘 중국과 한국이 각각 17.3%, 8.5%씩 증가했다. 이는 일본이 23.6%나 감소하고 아세안과 대만의 점유율이 각각 0.7%, 1.4%씩 감소한 것에 견주면 매우 좋은 실적이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수요가 줄면서 수출여건이 악화했지만 국내 주력 수출품목들은 경쟁국에 비해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렸다. 보고서는 이런 현상을 ‘역 샌드위치’로 표현했다. 선진국의 높은 기술력과 후발 개도국의 저가 공세 사이에서 시장점유율을 잠식당하던 ‘샌드위치’ 신세였지만, 지난해부터는 개도국에 저가 시장을 내주면서도 한편에서는 선진국이 차지하고 있던 고가 소비재 시장을 빼앗는 형국이라는 뜻이다.
올해 1분기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는 경쟁기업들의 실적이 나빠진 반면 국내 기업들은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점유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6%포인트 상승했다.
미국 자동차시장 점유율은 일본과 서유럽 기업들이 6.8%포인트와 1.0%포인트 감소한 데 비해 국내 기업들은 2.7%포인트 증가했다. 티브이 시장에서도 일본 3개사의 시장점유율이 4.6% 감소했지만 국내 2개사는 1.2%포인트 상승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강중구 연구원은 “높아진 시장점유율은 향후 수출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발판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다만 원화가 다시 강세를 띠고 경쟁상대들이 재도약을 모색하고 있어 수출 여건이 불리해지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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