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경기 부양자금 ‘인플레 덫’ 걸렸다

등록 2009-06-15 07:34수정 2009-06-15 09:12

[뉴스분석] 시중금리 급상승 왜
5년짜리 국고채 금리 연초대비 30% 상승
경기보다 금리 빨리 올라 선제대응 힘들어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 이어 요즘 자금시장에도 불길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바로 시장금리의 상승세다. 이는 자금시장에서 ‘돈이 너무 많이 풀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올 것’이라는 인식이 퍼진 탓이다. 금리상승 자체를 ‘시장이 보내는 인플레이션 경계경보’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금리와 물가의 동반상승은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고, ‘사상 최저 금리’가 지속될 것으로 믿고 돈을 많이 빌린 가계와 기업한테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대표적인 시장금리 지표인 만기 5년짜리 국고채 금리는 지난 12일 현재 4.90%까지 올라 5%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연초 금리(3.79%)와 견주면 30%(1.11%포인트) 가까이 오른 것이다. 연초부터 5월말까지 꾸준히 내려 5%선을 밑돌던 회사채(AA- 3년물) 금리도 5.40%로 다시 올랐다.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아직 잠잠하지만 다른 채권 금리가 계속 상승하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시장에서도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 정책 당국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금리 상승의 1차 동력은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지만, 각국 정부와 통화 당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쏟아낸 돈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올지 모른다는 ‘인플레 기대심리’도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최근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있는 것도 이런 인플레 우려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전략팀장은 “세계 각국의 재정·통화 확장 정책으로 풀린 돈 때문에 주식시장이 상승하고, 이제 원자재 시장까지 흔들리고 있다”며 “이는 돈 가치가 떨어지면서 실물과 균형이 깨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이 계속 오르고 인플레 기대심리가 커지면 물가는 또다시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은 정책금리 인상을 고민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돈이 많이 풀린 가운데 금리와 물가가 경기에 한발 앞서 오르는 상황에선 통화 당국이 선제대응을 하기 힘들다. 가계와 기업, 정부의 금융비용 부담이 갑자기 증가하면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가계와 기업들은 올해 들어 대출을 크게 늘려 금리 상승에 더 취약한 상황이다. 국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 2~4월에 월평균 3조3000억원씩 증가했다. 이런 증가세는 부동산 경기가 과열 양상을 빚었던 2006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중소기업 대출도 올해 들어 5월까지 15조2000억원이 늘어났다.

대우증권의 서철수 수석연구원은 “현재 한은의 기준금리인 2.0%는 말 그대로 ‘비상국면’에서 나온 것”이라며 “설사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않더라도, 비상국면만 벗어난다면 이런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장민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도 “지금 시중에 풀린 과잉유동성을 제때 흡수하지 못하면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하며 금리가 계속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각국은 이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12~13일 이탈리아에서는 주요 8개국(G8) 재무장관들이 모여, 앞으로 정책 목표를 경기 부양에서 인플레이션 억제로 바꾸는 이른바 ‘출구 전략’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와 통화 당국에도 결단의 시점이 다가오는 듯하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한겨레 주요기사
▶ 경기 부양자금 ‘인플레 덫’ 걸렸다
▶ “중수부 검사들은 봉은사 출입을 못합니다”
▶ 내 몸에 귀신이…‘욕하며 보는’ 심령프로
▶ 꽉막힌 ‘노사정 대화’…쌍용차 회생 가능성 차단
▶ 2000년 “전쟁위협 없다” 2009년 “사실상 전쟁상태”
▶ 스님·사제·목사 3천여명 시국선언 나서
▶ 한국 여교사 1명, 예멘서 피랍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6조’ LG CNS 기업공개…또 ‘중복상장’ 논란 일 듯 1.

‘6조’ LG CNS 기업공개…또 ‘중복상장’ 논란 일 듯

기업은행 240억 규모 금융사고…금감원 다음주까지 현장검사 2.

기업은행 240억 규모 금융사고…금감원 다음주까지 현장검사

‘상용화 멀었다’ 젠슨 황 한마디에, 양자컴퓨터 주식 40% 폭락 3.

‘상용화 멀었다’ 젠슨 황 한마디에, 양자컴퓨터 주식 40% 폭락

정용진, 이명희 총괄회장 ‘이마트’ 지분 전량 매입…세부담 줄여 4.

정용진, 이명희 총괄회장 ‘이마트’ 지분 전량 매입…세부담 줄여

6일의 설 연휴, 고속도로·공공주차장 무료로 열린다 5.

6일의 설 연휴, 고속도로·공공주차장 무료로 열린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