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기업지정 뒤 은행압력 논란
금융권 빚이 500억원 이상인 기업 가운데 부실우려가 큰 33개 기업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퇴출 대상으로 결정됐다.
1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채권은행들은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인 433개 대기업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마치고 22곳을 워크아웃(C등급·부실징후기업), 11곳을 퇴출(D등급·부실기업) 대상으로 분류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구조조정 대상 업체들에 대한 금융권의 신용공여 규모는 약 3조4천억원으로, 이들 업체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추진할 때 금융회사들이 손실에 대비해 쌓아야 하는 대손충당금은 9800억원(은행 8300억원, 저축은행 500억원, 여신전문사 200억원 등)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단 해당기업의 원활한 구조조정 추진과 대외 영업활동 등을 고려해 해당 업체명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겠다고 금융당국은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채권은행들이 이번 신용위험평가 과정에서 부실징후 기업이나 부실기업을 제대로 골라냈는지 다음달 점검한 뒤, 부실채권이 늘어날 것을 걱정해 평가를 엄격하게 하지 않은 은행에 대해서는 문책한다는 입장이다.
대기업 평가 작업을 끝낸 채권은행들은 이제 신용공여액 50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에 대한 평가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한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기업 구조조정 작업은 건설·조선업종을 거쳐 그룹, 개별 대기업, 중소기업 순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이번 개별 대기업 평가 과정에서 감독당국이 일부 은행 쪽에 ‘C등급 평가 권고 기업’이라는 명단을 보낸 것으로 밝혀져 당국이 ‘살생부’를 미리 작성해놓고 압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무자급에서 메일을 보낸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평가의 적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율 작업일 뿐 금융당국이 미리 대상 기업을 선정해 은행에 강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채권은행이 C등급 이하로 평가했는데 주채권은행이 B등급으로 평가했거나, 회계법인의 외부감사 결과 존속 능력이 의문시된다고 지적했는데 주채권은행이 B등급으로 평가한 기업 등에 대해서 해당 은행에 재심사를 해보라는 권고를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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