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영상인식 장비의 발전으로 무인경비 시스템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사진은 보안전문기업 에스원과 ADT캡스의 중앙상황실에서 고객 사무실을 실시간 감시하고 있는 모습. 각 업체 제공
첨단영상인식 장비 보편화…고객이 실시간 조회
여성·어린이 위치추적 긴급출동 ‘보안 서비스’도
여성·어린이 위치추적 긴급출동 ‘보안 서비스’도
# 1981년 3월. 서울 명동의 한 상가 귀퉁이에는 경광등을 단 승용차가 늘 상주했다. 제복을 입고 무전기를 찬 이들이 차량과 상가를 수시로 들락거렸다. 이 상가 금은방을 첫 고객으로 맞은 무인경비 업체 직원들이었다. 말이 무인경비이지 실제론 하루종일 가게 앞을 지키다시피 했다. 관제센터에 정상일 땐 파란불이, 감지센서가 작동하면 빨간불만 들어오던 때였다. 업체 관계자는 “당시에는 바람만 세게 불어도 빨간불이 켜져 하루에도 수십차례 호들갑을 떨고 출동을 했다”며 “차라리 24시간 가게 앞을 지키는 게 속이 편했다”고 말했다.
# 2009년 5월. 서울 강남에서 귀금속 도매업을 하는 이아무개(55)씨는 요즘 낮시간 영업이 부쩍 늘었다. 허술한 건물 경비 때문에 사무실을 잘 비우지 못했는데, 한 경비업체의 영상관제 서비스에 가입한 뒤에는 외부에서도 휴대전화로 사무실을 실시간 영상으로 조회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방범 모드를 해제하지 않고 사무실에 들어갔더니, ‘현재 상황이 촬영되고 있다’는 요란한 경고 방송이 나오더니 관제센터 직원의 신원 확인 요청음이 들렸다. 이씨는 “사후 약방문인 기존 서비스보다 조금은 더 안심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인경비 시스템으로 성장한 경비산업이 진화하고 있다. 산업의 개념은 ‘안전’에서 ‘안심’으로, 서비스와 상품은 ‘사후대처’에서 ‘선제대응’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무인화·무선화다. 무인경비는 침입이나 위험을 감지해 출동하는 구조인데, 통제·감시 장비가 첨단화하면서 관제 기능이 크게 향상됐다. 첨단 영상인식 장비가 보편화되면서 오인 경보가 크게 줄고 실시간 대처도 어느 정도 가능해진 것이다. 에스원이 지난달 출시한 ‘세콤브이’는 열감지와 영상인식 센서가 동시에 침입을 탐지하면, 환한 조명이 켜지면서 동시에 요란한 ‘퇴치 경고음’이 나온다. 가입자는 평소 휴대전화와 피시가 있으면 어디에서든 실시간으로 영상 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 에스원 관계자는 “출시 한달여 만에 가입 건수가 1천건을 돌파해, 지난달 전체 가입 건수의 15%, 매출액의 20%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감지센서 기술은 동물과 사람의 움직임을 구별하고, 나아가 주인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 문남수 에스원 상품기획팀 차장은 “머잖아 가입 고객의 동선과 몸놀림의 특징을 데이터베이스화해 다른 외부인과 구별하는 기술도 상용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치정보기술(LBS)과 위성항법장치(GPS)가 상용화되면서 경비대상도 특정 공간에서 이동체로 넓어지고 있다. 에이디티(ADT)캡스가 이달 초 내놓은 ‘ADT서치미’는 위치추적기술과 출동서비스를 결합한 개인보안 서비스다. 보호자가 24시간 대상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고, 위급 신호가 오면 긴급 출동하는 방식이다. 캡스 쪽은 “야근이 잦은 여성이나 어린이, 치매 노인 등이 주요 수요층이며, 납치·실종 등 범죄 예방 목적 외에 폭넓은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가격은 월 3500원이며 출동 서비스는 별도 요금이 부과된다. 실제 일본의 경우, 위치추적정보를 결합한 개인보안 서비스가 마치 휴대전화의 부가서비스처럼 팔리고 있다. 일본 세콤은 지난 2001년부터 서비스를 출시한 뒤 가입자 수가 30만명에 이른다. 가입 대상도 어린이와 치매 노인, 만성 질환자, 고급 차량과 자전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미국 지엠(GM)은 차량 위치정보와 사고처리, 유지·보수를 한데 묶은 종합서비스(온스타)로 400만명의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차량 주행시간이 길고 각종 사고와 도난 위험이 큰 지역적 특성을 잘 살린 것이다.
이른바 ‘융합보안’은 경비산업의 새로운 블루오션이다. 경비산업의 물리적 인프라를 의료·보험·주거 등과 연계한 것인데, 새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경비보안·의료·이동통신·자동차 등 관련 업종간 아이디어 경쟁이 치열하다. 이미 몇몇 선진국에서는 만성질환 운전자의 혈당·혈압 등을 주행중에 수시로 점검해 기준치를 넘으면 관제센터에서 개호 인력이 출동하는 융·복합 서비스가 출시됐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소득 수준과 노인 인구가 증가하는 환경 변화와 첨단기술의 발전이 맞물리면서 ‘안심 산업’ 개념의 새로운 융·복합이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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