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우리은행 부실은 누구탓?

등록 2009-05-20 13:48

예금보험공사 징계, 왜 계속 미루나
파생상품투자냐 사후관리 잘못이냐
금융계 ‘실세’ 전·현직회장 책임논란
정부가 공적자금이 들어간 우리은행의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 규명을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 문책 대상이 될 수 있는 전·현직 경영진들이 모두 금융업계 ‘거물’인데다, 자칫 부실 책임론이 금융당국에까지 튈 수 있어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예보 “회의 언제 열릴지 몰라”

우리금융그룹의 실적은 대주주인 정부(예금보험공사)에서 매분기(우리은행) 또는 반기마다(우리금융지주) 점검한다. 2년에 한번씩 맺는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이 기준이다. 목표에 미달하면 예보가 경영진에 대해 징계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약정 목표를 이행하지 못했다. 4분기에는 6천억원이 넘는 적자까지 냈다. 파생상품 투자에서 대규모 손실이 났고, 일반 대출에서도 부실이 늘어난 탓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2분기 연속 이행을 못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 역시 지난해 하반기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예보는 예보위원회(매월 둘째·넷째 주 수요일)를 열어 징계를 할지, 한다면 누구에게 어느 정도 수위로 책임을 물을지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애초 4월 예정이었던 회의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오는 27일에도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예보 관계자는 “4분기 실적에 대한 기초조사는 끝났는데 다른 여건 때문에 안건을 회의에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보 쪽은 사장이 공석이라는 점을 연기 이유로 꼽고 있지만, 속사정은 더 복잡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징계 내용을 결정하기가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이번 점검은 여느 때와 분위기가 다르다. 2분기 연속 이행을 못 한데다, 얼마 전에는 준공적자금인 자본확충펀드에서도 1조원 넘게 받아갔다. 더구나 ‘경제위기 은행 책임론’이 어느 때보다 비등하다. 은행들이 앞다퉈 주택담보대출을 늘린 결과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고, 무리한 중소기업 대출 확대는 현재 부실채권으로 돌아오고 있다. 파생상품 ‘키코’ 피해도 결국 정부 돈으로 틀어막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지금 정부가 하는 일은 그동안 금융기관이 저지른 일을 뒷바라지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우리은행은 2005~2007년 이어진 이런 무분별한 경쟁의 선봉에 서 있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한번은 제대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예보와 별개로 금감원과 한국은행도 다음달 우리은행에 대한 공동 종합검사를 벌일 예정이다. 금감원은 이미 우리은행의 자료를 가져와 사전검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막강 전·현직 경영진 충돌

문제는 부실에 대한 책임 규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현재 부실이 대출 확대와 파생상품 투자를 시작할 때 이미 싹튼 것인지, 그 뒤 관리를 잘못해서 생긴 것인지 정확하게 나누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당국이 이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현직 경영진 간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파생상품 투자와 대출 경쟁은 모두 황영기 전 회장 겸 행장(현 케이비금융지주 회장) 재임 시절(2004년 3월~2007년 3월) 시작됐다. 이후 박병원 전 회장과 박해춘 전 행장(현 국민연금 이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았고, 지난해 6월부터는 이팔성 회장과 이종휘 행장이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예보나 금감원의 징계는 전·현직 모두에게 가능하다. 예보 징계는 공적자금 투입기관에 대한 취업이, 금감원 징계는 금융기관에 대한 취업이 제한된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이번 건은 결국 전·현직 경영진들 간 싸움”이라며 “어느 한쪽도 물러서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현직을 대표하는 황영기 전 회장과 이팔성 현 회장은 국내 1·2위 금융그룹의 수장인데다, 현 정권과 맺고 있는 관계도 각별해 금융계 ‘실세’로 꼽히고 있다. 황 전 회장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선거캠프에서 자문을 맡았으며, 이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인 이 회장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있을 때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로 같이 일을 했다.

우리은행 부실 책임 논란이 확산될 경우 정부, 예보, 금감원 등 금융감독 당국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왜 은행들만 비난하고 당시 감독을 소홀히 한 당국 쪽에는 책임을 묻지 않느냐”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6조’ LG CNS 기업공개…또 ‘중복상장’ 논란 일 듯 1.

‘6조’ LG CNS 기업공개…또 ‘중복상장’ 논란 일 듯

기업은행 240억 규모 금융사고…금감원 다음주까지 현장검사 2.

기업은행 240억 규모 금융사고…금감원 다음주까지 현장검사

‘상용화 멀었다’ 젠슨 황 한마디에, 양자컴퓨터 주식 40% 폭락 3.

‘상용화 멀었다’ 젠슨 황 한마디에, 양자컴퓨터 주식 40% 폭락

정용진, 이명희 총괄회장 ‘이마트’ 지분 전량 매입…세부담 줄여 4.

정용진, 이명희 총괄회장 ‘이마트’ 지분 전량 매입…세부담 줄여

6일의 설 연휴, 고속도로·공공주차장 무료로 열린다 5.

6일의 설 연휴, 고속도로·공공주차장 무료로 열린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