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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811조 떠돈다

등록 2009-05-18 19:28

부동자금 7개월새 92조↑
부동산·주식 ‘투기’ 조짐
 지난해 9월 금융위기가 일어난 지 1년도 되지 않아 고수익만 좇는 투기열풍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추었지만, 이 돈이 실물경제로 흘러들지 않고 단기자금화해 부동산·주식시장 등을 떠돌고 있는 것이다.  18일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 자료를 종합하면 4월말 기준 시중 단기성 수신이 811조300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80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해 9월말 719조5000억원보다 91조8000억원이 급증한 것이다. 단기성 수신은 실세요구불예금, 6개월 미만 정기예금,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 금융상품에 들어 있는 자금을 말한다.

 단기 유동성은 풍부한 반면에 시중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이다. 한은의 기준금리는 2%, 국민은행의 1년 정기예금 수신금리는 최고 3.3%에 불과하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에 머물고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낙관론이 번지자, 시중자금은 조금 위험이 있더라도 고수익이 가능한 투자처를 찾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13~14일 하이닉스의 유상증자 공모청약에는 무려 25조8307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는 기업 주식 공모 사상 최대 액수다.

 지난 13일 포스코건설이 인천 송도에서 분양한 ‘송도 더샾 하버뷰Ⅱ’는 502가구 1순위 청약에 총 3만69명이 접수해 평균 59.9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 아파트는 양도소득세 100% 감면에 전매제한도 1년밖에 되지 않아 투기수요가 상당수 몰려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날 분양현장엔 불법전매를 알선하는 이른바 ‘떴다방’까지 등장했다.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도 늘고 있다. 지난해 10월말 1조858억원 선에 머물렀던 증권사 신용융자 잔고는 15일 현재 3조7342억원으로 늘어나 금융위기 전 수준을 회복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실물경제 때문에 유동성을 흡수하기 어렵다면, 풀린 돈이 기업 투자 등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고삐를 안 잡으면 저금리와 과잉유동성은 항상 거품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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