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대출 사용처 점검…도덕적 해이 차단”
“재무상태 취약한 중기 기업회생 추진하겠다”
“재무상태 취약한 중기 기업회생 추진하겠다”
금융당국이 금융위기 이후 중소기업에 나간 대출이 제대로 쓰였는지 용처를 점검하고, 도덕적 해이 사례에 대해서는 방지 대책을 강구할 방침이다. 또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적극 추진하고, 전체 중소기업 대출 규모도 줄여나가는 등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이 기존의 ‘무조건적 지원’에서 ‘옥석가리기’로 선회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고위관계자는 14일 “금융위기 이후 신용경색 국면이었기 때문에 중소기업에 대해 자금지원을 충분하게 해왔다”며 “이제 중소기업 자금 사정도 호전되고 여러 지표도 좋아진만큼 그동안 나간 대출에 대해 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중소기업 대출을 크게 늘리는 과정에서 필요없는 부분에까지 나간 것은 없는지, 받은 돈을 어디에 썼는지 등을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금감원 핵심 관계자도 “대출을 받은 뒤 바로 폐업을 하거나, ‘바지사장’을 내세워 대출금을 수령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왔다”며 “그런 사례가 있는지 점검한 뒤 향후 중기대출을 해줄 때 재발하는 일이 없도록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대출 용처 점검을 엄격하게 하면 향후 대출을 위축시키는 쪽으로 영향을 끼친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 구조조정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금감원 기업재무개선지원단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중소기업에 대해 지원일변도였지만 이제는 지원과 옥석가리기를 병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은행과 외채 지급보증 양해각서를 수정하면서 은행의 중소기업 의무 대출 규모(39조6천억원)를 줄이겠다는 방침은 이미 밝힌 바 있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 방향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중소기업 대해 △보증 대폭 확대 △은행 대출 100% 만기연장 △연간 39조6천억원 규모의 신규대출 등 ‘살리기’에 중점을 둔 정책을 펴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부가 경쟁력 없는 중소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소홀히 한 채 국민의 부담으로 한계기업까지 살려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무리한 중기대출로 은행들의 부실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영업환경이 너무 변하고 신용경색도 심했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에 자구노력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줄 수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지금까지도 계속 정부에 손만 벌리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기가 앞으로도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모든 중소기업을 껴안고 가기에는 자원이 부족하다”며 “경쟁력없는 중소기업은 구조조정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종창 금감원장도 이날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은 양적 확대에 치중하기보다는 살 수 있는 기업과 도저히 안 되는 기업을 구분하는 선별적 지원을 해야 한다”며 “재무상태가 취약한 중소기업에 대한 선제적 구조조정과 기업회생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해철 중소기업중앙회 정책총괄실장은 “정부가 중기대출을 독려하면서 금융위기로 인한 자금난은 어느 정도 풀린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오는 하반기까지 경기가 안살아나면 다시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선희 이정훈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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