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은행’ 지분한도 4%→9%…‘은행지주사’는 여전히 4%
주요은행 사실상 해당안돼…정부 “내달 국회서 재추진”
주요은행 사실상 해당안돼…정부 “내달 국회서 재추진”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은행법 개정안은 통과됐지만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은 부결되면서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 정책 추진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대기업의 개별 은행 인수 규제는 완화됐지만 은행지주회사 규제는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럴 경우 금산분리 완화가 반쪽짜리에 그치게 된다며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은행법 개정안 통과에 따라 오는 9월부터는 산업자본이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을 직접 소유할 수 있는 한도가 현행 4%에서 9%로 늘어난다. 공적 연기금은 산업자본에 해당하더라도 일정 요건을 갖춰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 은행 지분을 9% 이상 가질 수 있게 됐다. 또 지금까지는 산업자본이 유한책임사원(LP)으로서 출자한 비율이 10%를 초과한 사모펀드(PEF)는 산업자본으로 분류했으나 이번 개정으로 기준이 ‘18% 이상’으로 완화됐다.
이런 내용을 은행지주회사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하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은 본회의 표결에서 부결됐다. 따라서 산업자본이 개별 은행에 대해서는 9%까지 지분을 가질 수 있지만 은행지주회사는 지금처럼 4%로 제한된다.
현재 국민·우리·신한·하나 등 4대 시중은행들은 모두 은행지주회사의 자회사들이다. 외국계인 한국씨티, 에스시(SC)제일은행은 본사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대주주인 론스타가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분을 쪼개 팔 가능성은 별로 없다. 결론적으로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산업자본이 대주주 지분을 취득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정부가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산업은행도 지주회사 형태로 전환될 예정이어서 산업자본이 대주주로 들어갈 수 없다. 산은지주 지분매각 과정에서 인수 주체를 연기금, 사모투자펀드(PEF) 등으로 다변화함으로써 매각을 원활히 하고 인수가격도 높이겠다는 정부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두 법 가운데 한 법만 통과돼서는 금산분리 완화의 실효성이 거의 없다”며 “6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보험·증권지주회사가 제조업 자회사를 둘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은 이번에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았으며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논의된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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