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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한은법 개정안’ 27일 재정위 문턱 넘을까

등록 2009-04-26 21:04

한국은행법 개정을 둘러싼 찬반 구도
한은·재정위-금감원·정무위 찬반 갈려 논란 가열
‘금융단독조사권’ 쟁점…금감원 “고유영역 침범”
한국은행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놓고, 관련 기관들과 정부 부처, 국회 상임위들 간에 찬반이 뚜렷하게 갈리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서병수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27일 열리는 재정위 전체회의에서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이미 분명히 밝힌 상태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이성태 한은 총재, 진동수 금융위원장,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등에게도 이날 회의에 참석하라고 요청해 놓았다. 서 위원장은 26일 “여기서 물러나면 앞으로 논의가 언제 다시 될 수 있을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설왕설래만 하던 한은법 개정 문제가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은 지난 21일 재정위 소위에서 개정안을 전격 의결하면서부터다. 소위가 통과시킨 개정안은 한은의 설립 목적에 기존 ‘물가안정’외에 ‘금융안정’ 기능을 추가하고 영리기업에 대한 여신 규정을 완화하는 등 금융위기 이후 한은 역할에 대해 제기된 의견들을 반영했다. 쟁점으로 떠오른 대목은 유동성 문제 등에 휩싸인 금융기관에 대한 한은의 조사권을 신설한 대목이다. 지금은 한은이 금융기관을 조사하려면 금감원에 공동검사를 요청해야 한다. 개정안에는 한은이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대상 기관을 은행권에서 전체 금융기관으로 확대하는 내용도 있다.

개정안에 가장 반대하는 쪽은 자신의 고유영역을 침범당했다고 생각하는 금감원이다. 이석근 금감원 부원장보는 “한은의 현장조사가 필요할 정도로 유동성 문제가 심각하다면 당연히 금감원도 함께 검사를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며 “굳이 단독 조사권이 필요한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을 지휘감독하는 금융위, 금감원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도 금감원 편을 들고 있다. 재정부도 같은 정부 부처인 금융위·금감원 쪽으로 팔이 굽고 있다.

‘밥그릇싸움’으로 비칠까봐 큰소리를 못내고 있던 한은은 재정위가 ‘총대’를 메고 강력하게 개정을 추진하자 내심 반가워하는 기색이다. 김재천 부총재보는 “현장조사는 타이밍이 가장 중요한데, 금감원과 공동검사를 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자료 공유도 금감원이 개별기관 건전성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한은은 거시적인 시스템 점검에 무게를 두기 때문에 포인트가 다르다”고 말했다. 한은 소관 상임위인 재정위는 일부 의원을 제외하고는 위원장을 필두로 개정안에 찬성하고 있다.

당론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은법이 갑자기 속도를 내자 여당 지도부도 당황하고 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정부 내에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금융 정책 체제 전반을 정비할 계획”이라며 “한은법 개정도 이 틀 안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제동을 걸고 나섰다.

관련 당사자들의 입장이 얽히면서 27일 재정위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통과되더라도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등 첩첩산중을 모두 넘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26일 발표한 ‘금융안정을 위한 중앙은행의 역할’이란 보고서에서 “중앙은행이 유동성 공급으로 금융위기를 효과적으로 수습하려면 금융기관·시장에 대한 감독 및 정보 획득 수단을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중앙은행의 거시건전성 감독기능을 제도적으로 보장한 복수감독 모델이 통합감독 모델보다 시스템리스크 예방이나 대응에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안선희 이유주현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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