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뉴 삼성’의 행로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는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변화다. 이건희 회장의 퇴진과 동시에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은 삼성전자는 지난 1년 동안 사람과 조직은 물론 사업구조와 조직문화에 이르기까지 ‘격렬한’ 변화를 시도했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창사 이후 40년간의 변화를 지난 1년 동안 다 겪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4·22 쇄신안’ 발표 이후 삼성전자는 창사 이래 가장 큰 폭의 사업·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윤우-최지성 투톱체제 아래 본사 지원조직을 1400명에서 200명으로 대폭 줄이고 임원 800여명의 3분의 2가량을 물갈이했다. 사업구조는 6개 총괄체제를 부품과 제품으로 단순화했고, 경영지원총괄을 폐지하고 각 사업부문에 인사·구매 등 전권을 맡겼다. 계열사간 사업조정에도 나서, 올들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1월), 삼성디지털이미징(2월)이 출범했고 조만간 삼성엘이디(LED)가 설립된다.
조직문화에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해 양복 대신 캐주얼 근무복을 도입한 데 이어 이달부터는 출·퇴근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자율근무제를 시범운영 중이다. 기존의 시간관리 중심의 조직문화를 성과관리 중심으로 바꿔 창의적인 분위기를 확산시키겠다는 취지다. 삼성전자의 인사·사업·조직부문의 변화를 아우르는 열쇳말은 ‘관리의 삼성’을 뛰어넘어 ‘효율과 창조의 삼성’을 지향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매출은 4년째 제자리걸음이고, 미래 먹거리는 찾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4분기 1조원에 가까운 영업적자를 냈고, 올해 투자계획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경영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준비하지 못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삼성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삼성전자가 고유의 ‘시스템 경영’으로 남들이 가는 정도는 따라가지만, 예전처럼 남들보다 앞서 뛰어가기엔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삼성이 오너십과 콘트롤 타워의 부재를 탓하기보다는 실질적인 독립경영이 제 궤도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에 귀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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