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 TV 신경전…휴대전화·LCD도 격돌
‘엘지 약진에 삼성 견제심리 발동’ 해석
‘엘지 약진에 삼성 견제심리 발동’ 해석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의 신경전이 예사롭지 않다. 주력제품의 국내외 마케팅과 공급망 시장 등을 둘러싸고 최근 들어 날선 ‘대립’이 자주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두 기업간 갈등이 가장 첨예한 곳은 ‘엘이디(LED·발광다이오드) 텔레비전’ 시장이다. 지난 3월 엘이디 텔레비전을 먼저 내놓은 삼성은 “새로운 종의 탄생”이라며 연일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을 선점한 뒤 초기에 수요를 촉발해 경쟁사의 추격을 따돌리겠다는 포석이다. 그러나 엘지 쪽은 “광원만 엘이디로 바꾼 엘시디(LCD) 텔레비전을 삼성이 과대 포장하고 있다”며 깎아내리고 있다. 기존 광원인 형광등(CCFL)에 견줘 화질이 크게 다르지 않고 가격만 비싸다는 것이다.
이에 삼성은 “핵심부품과 제품 개발에 뒤진 엘지가 딴죽을 걸고 있다”며 발끈한다. 실제로 엘지는 자체 생산 능력이 없는 엘이디 모듈 확보에 애를 먹는 바람에 엘이디 텔레비전 출시가 이달 말로 늦춰졌다. 공교롭게도 국내 유일의 모듈 생산업체인 삼성전기에 매달려야 할 상황에서 엘지가 물량 부족에 시달리자, 한때 ‘삼성전자 외압설’이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관계자는 “엘지의 부품난은 폭발적인 시장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게 주된 이유인데, 누군가 의도가 담긴 정치적 해석을 퍼뜨린 것”이라고 일축했다.
휴대전화 시장을 놓고도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치열하다. 예컨대, 엘지가 “국내 휴대시장 점유율이 30%를 넘어섰다”고 발표하면, 곧이어 삼성이 “북미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며 맞대응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삼성이 엘시디 패널을 독점 공급해 온 소니를 상대로 엘지디스플레이가 러브콜을 보내면서 또다른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정부가 ‘대기업간 상생모델’로 추진해 온 엘시디 패널 교차구매는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왜 그럴까? 업계에서는 두 기업을 이끄는 ‘최지성(삼성)-남용(엘지)’의 닮은꼴 성향에서 비롯된 ‘필연적 갈등’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둘 다 효율과 성과를 중시하고 마케팅을 앞세우는 성향이어서, 서로 ‘경쟁하는 지점’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의 전략담당 임원은 “특히 경영 환경이 불확실하고 시장경쟁이 치열한 상황이어서 ‘작은 승부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불황기에도 엘지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내자, 삼성의 ‘견제 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삼성전자는 이달 중순 국내시장 담당 임직원들을 본사로 불러 ‘국내에서 엘지전자와의 양강구도를 깨라’, ‘삼성의 판매량이 엘지의 두배가 되게 하라’는 내용의 교육을 실시했다. 외환위기 이후 우위를 점한 삼성이 “1위와 2위의 전략은 다르다”며 엘지의 행보에 관심을 두지 않던 것에 비춰 보면 이례적인 주문이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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