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소득 바닥인데 강남집값·주가 오름세
“시중유동성 과잉 탓…경기회복 보기 힘들어”
“시중유동성 과잉 탓…경기회복 보기 힘들어”
서울 강남의 집값이 급등하고 코스피지수가 1300대를 회복하는 등 자산가격 상승세가 만만찮다. 은행 연체율 하락을 비롯한 일부 금융지표들도 경기회복 기대감을 낳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시중에 넘쳐나는 단기부동자금이 ‘밀어올리기’한 효과이거나 지난 4분기 경기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의 성격이 강하다. 기업이나 가계의 실제 사정과는 상관없는 ‘착시 효과’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특히 성급한 낙관론은 부동산과 주식시장에 또다른 거품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5일 코스피지수는 1333.09를 기록해 직전 저점이었던 지난해 10월24일 938.75보다 40% 넘게 올랐다. 코스닥은 지난해 10월27일 261.19에서 이날 502.20까지 올라 6개월 만에 무려 92%가 올랐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직접투자에 나서며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주식매수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은 13일 기준 15조6524억원으로 사상 최고치인 2007년 7월 15조7694억원에 바짝 다가섰다.
서울 강남 지역에서 이는 부동산시장의 훈풍은 더 거세다. 강남구 개포동 아파트 가격은 2006년 10월 기록한 최고가의 90%선까지 회복됐다. 잠실주공5단지 112㎡형은 연초 9억원에서 이달 들어 11억원까지 뛰었다. 지난 2월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3조3163억원으로, ‘부동산 광풍’이 불었던 2006년 11월(4조2천억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부 경제지표들도 호전되고 있다. 이날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3월말 원화대출 연체율을 보면 1.46%로 2월 1.67%보다 하락했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도 2월 2.67%에서 3월 2.32%로 상승세가 꺾였다. 이에 앞서 ‘2월 산업활동 동향’에서는 광공업생산이 두 달 연속 증가하고 경기상황을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도 15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회복 속도는 느릴 수 있지만 일단 최악의 상황은 벗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지표들을 경기회복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이 많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 거시금융연구부장은 “세계 경제 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우리 경제만 좋아지긴 어렵다”며 “지난 4분기에 과도하게 위축된 부분이 풀어지는 정도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주재성 금감원 부원장보는 “연체율 둔화가 경기회복 때문인지, 만기 연장이나 추가대출을 해준 덕분인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3월 고용지표들은 외환위기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19만5천명이나 줄어들었고, 실업자는 ‘구직 단념자’를 포함할 경우 1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자산시장에 부는 훈풍과 달리 실물경제는 여전히 한겨울 상태임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재 부동산·주가 상승은 유동성과 기대감 때문인데 기업 실적, 소득 증가 등 펀더멘털 개선이 받쳐주지 않으면 지속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에는 경기가 반짝 회복하는 듯 보이다가 다시 침체의 골로 접어드는 ‘더블딥’(W) 형태로 전개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오석태 한국씨티은행 연구원은 “아직 부동산 관련 과잉대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부동산 상승세가 본격화한다면 내년쯤에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선희 이찬영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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