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 등 전시용 물량 포함
새 제품의 초기 판매 실적을 ‘뻥튀기’하는 전자·유통업계의 오랜 관행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최근 지난달 17일 첫 선을 보인 엘이디(LED·유기발광소자) 텔레비전이 출시 2주 만에 모두 7천대, 하루 500대 이상 팔렸다고 밝혔다. 이런 판매 실적은 삼성의 주력 제품인 보르도 모델의 초기 실적을 웃도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통계가, 실제 일반 소비자가 최종 구매한 물량 기준이 아니라 직영 대리점과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 매장에 출고된 수량 기준이라는 점이다. 삼성의 경우 직영 대리점에는 △500평 이상 초대형점(20개점) 8대 △400평 이상 대형점(71개점) 7대 △300평 안팎 중형점(95개점) 6대 △200평 미만 소형점(74개점) 5대 등의 기준에 따라 전시용 제품을 출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영 대리점에만 모두 1597대가 공급돼 실제 소비자 판매 여부와 관계없이 실적으로 잡혔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대리점 외에 백화점과 할인마트, 전자상가 등 다른 유통 채널에서도 지점마다 3~5대꼴로 전시용 제품을 구입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소비자 판매 실적은 출고량의 40~50% 정도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 메이커가 마케팅을 주력하는 신제품의 경우 출시 초기에 유통 매장에 일단 깔아놓는 수량이 상당수에 이른다”며 “출시 직후의 초단기 실적은 실제 소비자 판매 추이를 반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쪽은 “판매용이든 전시용이든 기본적으로 유통 채널의 주문이 있어야 출고가 되며, 출고 기준으로 판매 실적을 계산하는 건 업계의 공통적 관행”이라며 “엘이디 텔레비전의 경우 직영 대리점뿐 아니라 다른 양판점에서도 공급이 달릴 정도로 초기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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