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파생상품 ‘위험한 거래’에 빠진 나라

등록 2009-04-06 15:15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선물·옵션 거래 급증…파생거래량 ‘세계2위’
HTS 발달 등 개인 매매 다른 나라 비해 쉬워
회사원 이아무개(37)씨는 날마다 속이 탄다. 때로는 짜릿함을 느낄 때도 있다. 주가 향방을 예측해 거래하는 주식선물 시장에 뛰어든 데 따라 매일매일 ‘심적 그네타기’를 하고 있다.

그가 주식 선물에 손을 댄 건 지난해 10월부터였다. 이씨는 “갖고 있던 주식은 반토막 났는데, 주가가 떨어져도 돈을 벌 수 있고 증거금 18%만 있어도 큰 거래를 할 수 있어 주식선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3월물 거래에서는 “1200만원을 땄다”고 했다. 누군가 돈을 벌면 누군가 그만큼 잃는다. 손익은 날마다 정산된다. 그래서 ‘땄다’는 표현이 어울린다는 것이다.

■ 너도 나도 선물거래

지난해 5월 개장한 주식선물 시장에서 지난 2월 기준 거래량 374만계약, 거래대금은 1조1099억원에 이르렀다. 개장 첫달 18만6천계약에서 열 달 만에 20배로 커졌다. 주가와 환율이 급등락하면서 투기거래가 많아졌다는 분석을 낳게 하는 대목이다.

신승철 한국거래소 파생상품마케팅팀장은 “주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헤지 수요가 늘고, 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신규 투자자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개인의 비중은 49.9%였으나 지난 2월 75.7%로 뛰어 올랐다. 개인의 비중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투기거래가 많다는 얘기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락하자 달러선물 거래도 급증했다. 올해 들어 2월 말까지 개인의 달러선물 하루 평균 거래량은 4241계약, 3월에는 8045계약으로 폭증했다. 지난해는 평균 1843계약에 그쳤다. 개인의 비중도 지난해 6.8%에서, 올 1월 11.5%, 2월 12.7%, 3월 18.6%로 급증하고 있다. 코스피200 선물 거래에서도 개인의 비중은 2003년 55.1%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계속 하락해 2007년 35.8%까지 떨어졌으나 지난해 다시 37%로 상승했다. 올해 들어 3월 말까지는 38.9%였다.


■ 장내파생거래 세계2위

주가지수 옵션 시장에선 한국이 독보적이다. 옵션은 정해진 값에 사거나(콜옵션) 파는(풋옵션) 권리를 거래하는 것이다. 장내 파생거래 규모가 큰 10개국의 주가지수옵션 거래량 가운데 지난해 코스피200 옵션이 무려 67.8%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한국은 장내파생거래량 세계 2위다. 한국거래소와 세계거래소연맹 자료를 보면, 미국이 39.4%, 한국 16.2%, 독일 12.3%, 영국 6.1%, 중국 4.4%, 브라질 4.2%, 인도 4.0%, 남아공 2.9%, 러시아 2.1%, 일본 1.8% 순이다. 코스피200 옵션거래에서 개인은 35%를 차지한다.

한 증권사 파생상품운용팀 과장은 “헤지 수단으로 거래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요즘에는 ‘선수’(투기꾼)들만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의 현물 주식시장은 미국의 약 20분의 1, 일본의 5분의 1 수준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한국 현물 주식 시가총액은 전 세계의 1.7%에 그친다. 미국 32.3%, 일본 9.7%, 영국 6.0%, 홍콩 4.5% 차례다. 한국은 스위스(2.4%), 인도(2.0%)보다 비중이 작다. 한국의 선물·옵션시장이 다른 나라들에 견줘 지나치게 비대하는 것이다. 최계명 금융감독원 파생상품팀장은 “외국은 파생상품 거래에서 개인의 비중이 높게 잡아도 10% 안팎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 왜?

왜 한국의 파생시장이 크고, 개인 비중도 높을까? 최 팀장은 “다른 나라 사람보다 위험을 선호한다는 수치도 있었지만 제도적 측면의 영향이 크다”며 “미국은 간접투자 문화가 발달했고, 일본은 개인 신용도나 재력을 보고 선물거래 등을 할 수 있게 하는데 우리는 초기에 시장활성화를 위해 쉽게 계좌를 열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누구나 증권사에서 선물계좌를 열어 쉽게 파생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한 데서 비롯된 현상이란 것이다.

10년 넘게 옵션거래를 하고 있는 최아무개(38)씨는 “1997년 옵션거래가 시작된 뒤 몇 해 지나지 않아 9·11 테러가 터져 하루에 500배짜리 대박이 터지면서, 너도 나도 옵션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2001년 9월11일 코스피200지수는 66.55로 끝났는데, 테러가 나고 12일 장이 열리자 코스피200지수는 58.59로 폭락했다. 행사가격이 62.5인 풋옵션 가격은 1천원에서 50만5천원으로 올라 대박이 났다.

이창희 우리선물 리테일영업팀장은 “외국인은 우리가 사용하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보면 입을 쩍 벌린다”며 “온갖 정보를 편리하게 곧바로 접할 수 있는 HTS의 발달로 개인들이 매매를 쉽게 할 수 있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선물·옵션거래 때 개인이 낸 주문의 91.9%가 홈트레이딩시스템을 통한 것이었다.

금융위기 뒤에도 한국의 파생 금융상품 시장은 고삐풀린 망아지 같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