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
금융위 “매달 5조원 대출목표에 아직 미달”
금감원 “이제는 금융 건전성 관리 나서야”
금감원 “이제는 금융 건전성 관리 나서야”
올해 들어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이 정부의 목표에 계속 못미치고 있다. 금융당국 안에서도 금융위원회는‘실물지원’을 내세워 애초 목표를 고수하고 있는 반면 금융감독원 쪽에서는 ‘은행의 건전성 관리’를 이유로 목표 수정을 주장하고 있어 금융당국간 정책마찰도 예상된다.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18개 국내 은행의 지난 3월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약 431조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약 9조원 늘어났다. 1분기 동안 매달 3조원 가량 늘어난 것인데 이는 상반기에 매달 5조원을 늘리겠다는 정부 목표에 40%나 미달하는 것이다.
정부는 보증기관의 보증 확대와 중기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패스트 트랙), 은행권 자본확충 등을 통해 상반기에 중기대출을 30조원 늘리고, 하반기에 20조원 늘려 올 한해 50조원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이런 목표를 기준으로 매달 은행들의 중기대출 실적을 점검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중소기업들의 투자가 줄면서 대출 수요 자체가 줄어든데다 연체율 상승을 우려한 은행들의 소극적인 대출 행태가 겹치면서 목표치에 훨씬 못미치는 실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말 현재 중소기업 연체율은 2.67%까지 상승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쪽에서는 목표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애초 50조원 목표치는 올해 성장률을 3%로 전제했을 때 나왔던 것인데, 현재는 마이너스 성장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며 “변화된 경제여건에 맞게 목표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올해 6월말 갱신하게 될 외채지급보증 관련 양해각서에서 중기대출 목표치를 하향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양해각서에서 정해놓은 의무 중기대출 증가액은 39조6천억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부 목표치보다 낮지만 이것도 많다”고 말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31일 “지금까지 실물부문에 대한 양적지원 확대에 주력해왔으나, 기업의 자금수요가 감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연체율 상승 등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며 “앞으로는 건전성 관리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밝혀 금감원 내부의 이런 기류를 보여줬다.
반면, 금융위는 여전히 애초 목표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한 금융위 관계자는 “중기대출 목표 관련 문제제기가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올해 보증기관 보증이 확대된 점 등도 감안해야 한다”며 “아직 목표 수정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라도 독려하지 않으면 은행들이 중기대출에 대해 더욱 소극적이 될 것”이라며 “설사 일부 대출이 부실로 이어질지라도 지금은 중소기업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기대출을 둘러싸고 은행과 중소기업간의 이해관계가 맞부딪치고 있는 데 이어 금융당국간에도 뜻이 엇갈리고 있어 중기대출을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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