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정치적 부담 커 여·야 기금조성 동의에 난색
견제장치 놓고 논란 클듯…시장 부작용 극복도 과제
견제장치 놓고 논란 클듯…시장 부작용 극복도 과제
정부가 지난 13일 금융기관 부실을 막기 위해 대규모 공적자금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부실채권 매입을 위한 구조조정기금 40조원과 금융기관 자본확충을 위한 금융안정기금(규모 미정) 조성을 양대 축으로 삼고 있다. 정부가 일단 공을 던지긴 했지만 실제 공적자금이 조성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공적자금 조성과 관리에 대해 국회와 국민을 설득해야 하고, 금융시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 국회 동의 순조로울까 공적자금 조성을 위해서는 관련법 개정안과 정부 보증 채권 발행에 대한 국회 동의안이 필요하다. 금융위원회는 구조조정기금은 두 가지 모두를 4월에 제출하기로 했고, 금융안정기금은 일단 관련 법안만 내기로 했다. 하지만 국회 쪽의 분위기는 우호적이지 않다.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15일 “구조조정기금과 관련해 법적 제도적 보완은 해줄 수 있지만 국회 동의안에 대해서는 좀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고 말해 국회 처리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하반기 경영이 어떻게 될지, 부실채권이 얼마나 쌓일지 제대로 된 근거가 없는 것 아니냐”며 “지금 당장 기금이 필요한지 판단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조차 이렇게 난색을 표하는 것은 정치적·재정적 부담 때문이다. 정부 보증 채권은 국가채무에 직접 잡히지는 않지만 ‘잠재적’ 국가채무라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그렇지 않아도 30조원의 ‘슈퍼추경’으로 국가채무 과다 논란이 일고 있는 마당에 40조원의 기금 동의안까지 제출되면 논란이 더 커질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추경이 이렇게 큰 규모로 나가는데 그것까지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기획재정부와 우리는 입장이 같다”며 “금융위가 한 템포 빠르다”고 말하기도 했다.
■ 견제장치 놓고도 논란 공적자금의 사후관리와 공적자금 지원에 따른 금융기관 통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도 공방이 생길 수 있다. 구조조정기금은 시장가격으로 부실채권을 사들이고 회수율도 높아 비교적 논란이 덜할 수 있지만, 공적자금으로 금융기관의 주식을 사들이는 금융안정기금은 돈을 주는 국회(국민)와 돈을 받는 금융기관 양쪽의 주장이 첨예하게 충돌할 수 있다.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는 돈인데 기존 경영진과 주주에 대한 책임을 묻고 경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부실 우려도 없는데 경영간섭까지 한다면 굳이 자금사용 신청을 하지 않겠다”는 주장이 부딪칠 수 있는 것이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국회로 넘어가면 책임 논란이 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금융기관들이 사용을 기피할 수 있는 만큼 경영 간섭은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정부 대책이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를 심화시키고 국민비용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공적자금 전반에 대한 외부의 견제와 감시를 위한 법률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시장에서 소화할 수 있을까 공적자금이 조성되려면 정부 보증 채권을 발행해야 하고, 이 채권들이 금융시장에서 원활하게 팔려나가야 한다. 문제는 올해 국채 발행 물량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올해 국고채 발행 한도는 이미 확정된 74조3천억원에 추경 30조원까지 더해지면 무려 100조원에 이른다. 신규 발행만 60조원가량이다. 은행 자본확충펀드 가운데 8조원도 유동화증권 형태로 발행해 일반투자자에게 팔아야 한다. 여기에 구조조정기금채권 40조원이 추가되고 나중에는 금융안정기금채권 수십조원도 보태질 수 있다.
이렇게 채권물량이 쏟아지면 채권가격은 싸질 수밖에(채권금리 상승) 없다. 이는 시중금리 전반을 끌어올려 가계와 기업의 금리 부담을 키울 수 있다. 더구나 국채나 공적자금용 채권(공사채)은 신용도가 높기 때문에 회사채 등 민간부문으로 가야 할 시중자금까지 모두 끌어당겨 버릴 수 있다. 정부안이 발표된 지난 13일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상승한 것도 이런 걱정 때문이었다.
안선희 이유주현 기자 shan@hani.co.kr
안선희 이유주현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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