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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조선사 선물환, 외환시장 ‘암초’로

등록 2009-02-22 18:33수정 2009-02-22 21:07

조선사 선물환, 외환시장 ‘암초’로
조선사 선물환, 외환시장 ‘암초’로
조선사들 중도금 못받아도 계약자에 달러줘야
달러 매수 수요로 인해 환율 상승 가속화될것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조선사에 배를 주문했던 선주들이 주문을 취소하거나 대금 지불을 연기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외환시장의 새로운 악재가 떠오르고 있다. 배값으로 달러가 들어올 것에 대비해 대규모 선물환 매도계약을 맺어놓은 조선업체들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여 선물환 청산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 선주들 대금 연기·발주 취소 현실로 지난 20일 조선업계는 지식경제부와 가진 간담회에서 “일부 선주들이 자금조달 어려움으로 중도금 지불 시기와 선박을 인도하는 시기를 연기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일반적으로 선주들은 조선사들에게 배값을 4~5차례 걸쳐 나눠서 주며(중도금), 배를 최종 건네받을 때 남은 잔금을 치른다. 하지만 금융위기로 선주들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자, 중도금과 잔금 지불을 미뤄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최근 이스라엘 해운선사인 ‘짐(ZIM)’사는 삼성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에 주문한 선박을 ‘예정보다 늦게 받았으면 한다’고 요청해 왔다. 두 회사는 이 선주와 14억달러씩의 배 건조 계약을 맺고 각각 9척과 12척의 선박을 만들고 있다.

더 나쁜 경우는 아예 계약 자체를 취소하는 것이다. 해운 전문 조사기관인 로이드리스트는 최근 “현대중공업이 그리스 해운회사인 마마라스로부터 1억1천만달러짜리 벌크선 두 척에 대한 발주 취소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국제 선박금융의 중심지가 유럽이기 때문에 최근 동유럽 국가들의 연쇄 부도 우려와 이들에게 거액을 대출해준 서유럽 은행들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점은 이런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 조선사들, 미리 팔아놓은 달러 어떻게 하나 이 사태는 조선업계 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국내 조선업계는 국내 외환시장의 최대 달러 공급 주체다. 더구나 국내 조선사들은 선박 수주 절정기였던 지난 2006~2007년 대규모 선물환 매도 계약을 체결해 놓았다. 예를 들어 1억달러짜리 계약을 하면 나중에 받을 8천만달러에 대해 1000원에 팔겠다고 미리 계약을 해놓은 것이다. 환율이 더 떨어질 경우에 대비한 환헤지였다.

선주들이 주기로 한 중도금(달러)을 주지 않아도 조선사들은 선물환 계약 상대방에게 달러를 줘야한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도금이 연기되면 선물환 만기와 달러 유입 시점이 불일치하게 되고, 조선사는 그만큼을 가지고 있는 달러로 지급하든지, 외환시장에서 조달해 지불해야 한다”며 “만약 선수금 가운데 10%가 지연되면 올해 만기 선물환 가운데 35억달러가, 15%면 52억달러가 만기 불일치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외환시장에 조선사들의 달러 매수 수요까지 더해질 경우 환율 상승이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은행들도 매분기 적자가 확대돼 대출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유럽 은행들이 자금 공급을 계속할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이는 3~4월이 국내 조선업계에게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선주가 중도금 연기 요청을 해올 때 조선사들이 선물환 매도 금액을 제외한 금액 만을 동의하고 있어, 불일치되는 규모는 적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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