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에 구조조정기금 둬 금융권 부실채권 매입
정부가 경기침체 가속화로 금융권의 부실채권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다시 공적자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와 은행들은 건설·조선업에 이어 해운업도 곧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4월 말에는 44개 그룹(기업집단)별로 재무상태를 평가해 부실그룹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정부는 19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기업 구조조정 추진 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정부는 자산관리공사(캠코)에 ‘구조조정 기금’을 설치해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사들이겠다고 밝혔다. 이 기금은 외환위기 직후 만들었던 캠코의 ‘부실채권 정리기금’과 같은 형태로, 재원은 캠코가 정부의 보증을 받은 채권을 발행해 마련한다. 정부보증 채권 발행은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정부는 3월 말까지 자산관리공사법 개정안과 지급보증 동의안을 마련한 뒤 4월에 추가경정예산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캠코가 사들이는 부실채권에는 금융권의 기업대출과 부동산 관련 기획대출(프로젝트파이낸싱), 가계대출까지 포함된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아직 금융권의 부실채권 규모가 크지 않지만 앞으로 경기악화에 따라 부실이 확대될 것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구조조정 기금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정확한 기금 규모는 경기상황 등을 고려해 3월에 1차로 산정하겠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업종별 신용평가에 이어 44개 그룹(주채무계열)에 대해서도 오는 4월 말까지 재무구조를 평가하기로 했다. 재무구조에 문제가 있는 그룹은 자산매각·계열사 정리 등 자구책을 담은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채권은행과 맺어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지난달 1차 구조조정이 끝난 건설·조선사에 대한 2차 구조조정을 3월 말에 실시하는 한편, 물동량 감소로 연쇄부도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해운업 구조조정 방안도 곧 마련해 발표하기로 했다. 진 위원장은 “아직은 해운업 외의 업종별 구조조정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구조조정 대상기업이 자산을 매각할 때 생기는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를 나눠 과세하고 금융기관에는 보유 채권 손실의 비용처리를 허용하는 등 세제지원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