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자영업자 포함
은행권이 올해 만기에 이르는 중소기업 대출에 대해 연체, 부도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전액 만기 연장해주는 조처를 시작했다. 하지만 만기 연장의 예외 사유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 은행 창구에서는 당분간 혼란이 생길 수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16일 “15일 금융당국과 9개 은행장들의 워크숍에서 합의한 중기대출 만기연장 조처는 오늘부터 바로 시행되며, 은행 창구에서 혼란을 줄일 수 있도록 후속조처를 가능한 이른 시일 안에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이날 오전 간부회의에서 “워크숍에 참석하지 않은 은행들도 동참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사실상 전 은행에서 만기연장 조처가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 424조원의 중기대출 가운데 보증기관의 보증을 받은 34조원뿐 아니라, 보증이 없는 일반 대출 126조원의 만기도 연장해주겠다는 것이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대출도 포함된다. 지난 12일 정부가 발표한 보증부 중기대출의 전액 만기연장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이병래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만성적인 연체기업, 생존 가능성이 없는 기업, 법정관리 대상, 폐업·부도기업 등의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 만기연장이 안 될 수 있다”며 “시행 초기에 일선 창구에서 기준을 놓고 혼선이 있을 수 있는데, 금융감독원과 은행이 가이드라인을 되도록 빨리 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조처로 은행권 중기대출 만기연장률은 현재 90% 안팎에서 95% 정도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위의 이런 조처는 은행들이 부실기업 대출의 만기까지 연장을 해주게 만들어, 은행 부실 확대와 구조조정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미 중기대출 연체율이 크게 오르고 있는데, 이번 조처가 이를 더 부추길 수 있다”며 “정책이 너무 한 방향으로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