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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은행 대출 연체율 ‘고공행진’

등록 2009-02-11 19:03수정 2009-02-11 19:23

국내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추이
국내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추이
13조원 연체…중기 1년새 2배 늘어난 2.36%
“경기침체 영향 본격반영…은행부실화 우려”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면서 은행 빚을 못갚은 중소기업과 개인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상승하기 시작한 은행 연체율이 올해 들어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기업실적과 가계소득이 크게 줄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추세는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다.

11일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1월말 현재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지난해말 1.08%보다 0.42%포인트 상승한 1.50%를 나타냈다. 전체 은행 대출 921조8천억원 가운데 13조8천억원이 제 때 이자나 원금을 내지 못하고 있는 연체대출이다. 은행 연체율은 2006년말 0.84%, 2007년말 0.74%로 안정세를 유지했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세를 보여왔다.

특히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의 상승 속도가 가파르다. 1월말 현재 중기대출 연체율은 2.36%로 지난해말 1.70%보다 0.66%포인트가 상승했다. 이는 2005년 8월(2.44%) 이후 최고 수준이다. 중기대출 연체율은 2007년말까지만 해도 1.00%였으나 1년 사이에 두 배 넘게 상승했다. 전체 중기대출 잔액은 425조6천억원, 연체대출은 10조원이다.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가계대출도 심상치 않다. 1월말 연체율이 0.82%로 지난해말(0.60%)보다 0.22%포인트가 뛰어올랐다. 지난해 내내 가계대출 연체율은 0.6% 안팎에서 머물러 왔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66%다. 전체 382조9천억원의 대출 가운데 3조1천억원의 대출에서 연체가 발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기침체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연체율 상승에 가속도가 붙은 것 같다”며 “경기상황에 변화가 없는 한 당분간 연체율 상승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 대출의 연체율이 올라가면 은행이 쌓아야 하는 대손충당금이 늘어나게 되고, 그만큼 은행 이익이 감소하게 된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도 낮아진다. 심할 경우 은행 부실화까지 진행될 수 있다. 구용욱 대우증권 연구원은 “연체율이 어느 정도면 은행이 위험해지는지를 정확하게 말하긴 힘들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3~4% 정도면 은행에 부담이 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가계대출 연체가 본격화하면 걷잡을 수가 없다”며 “아직은 걱정할 수준은 아니지만, 경기침체로 고용과 가계소득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말 기준(저축은행과 상호금융회사는 9월말 기준)으로 금융권의 연체액은 30조원에 육박했다. 지난해말 현재 은행, 보험, 카드, 저축은행, 상호금융회사 등 전체 금융권의 대출 규모는 1251조9700억원이며, 이중 29조1200억원의 대출에서 연체가 발생했다. 이는 1년 전보다 6조5600억원(29%)이 늘어난 것이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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