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국민·신한 등 한국 국가신용과 같은 ‘A2’로
“외화조달 어려움 재확인…큰영향 없을듯” 분석
“외화조달 어려움 재확인…큰영향 없을듯” 분석
미국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국내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낮췄다.
무디스는 9일 산업은행을 비롯해 수출입·국민·하나·기업·신한·우리은행과 농협중앙회의 장기 외화부채 신용등급을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과 같은 ‘A2’로 낮췄다고 밝혔다. 아울러 등급전망은 산업은행만 ‘부정적’으로 평가했으며, 나머지는 모두 ‘안정적’으로 제시했다. 무디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한국의 은행들이 금융위기로 외화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어 신용등급을 정부의 외화조달 능력 이상으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무디스는 이미 지난달 15일 이들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국가 신용등급 수준으로 낮출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산업·수출입·국민·기업은행의 등급은 국가 신용등급보다 2단계 높은‘Aa3’, 하나·신한·우리은행과 농협중앙회는 1단계 높은‘A1’등급을 받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신용평가사가 은행의 신용등급을 낮출 경우 은행의 외화차입 여건이 악화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와 은행권은 이번 재조정이 이미 예고된 것이어서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무디스가 그동안 다른 신용평가사들과 달리 은행권 신용등급을 국가 등급보다 약간 높게 평가해 왔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번 재조정은 국내 은행의 외화자금 조달 여건 악화가 아니라 평가 방법의 변경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오석태 한국씨티은행 애널리스트는 “국내 은행들의 외화차입 여건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다시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은 이번으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이번에는 선순위 채권만 하향조정됐기 때문에 추후에 후순위채권과 하이브리드채권도 모두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지금까지 국내 다른 은행보다 높은 재무건전성 등급(BFSR)을 받았던 국민·우리·신한·하나 등 네 은행의 재무건전성 등급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재무건전성 등급이란 정부의 지원 가능성을 제외했을 때 은행의 재무건전성이 얼마나 좋은지를 나타내는 등급이다. 이들 네 은행의 현재 등급은 C등급이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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