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총자산 추이
과도한 대출늘리기 때문
“황영기 전 회장 책임져야”
“황영기 전 회장 책임져야”
-5천억원. 지난해 4분기에 우리은행이 낸 적자 규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채담보부증권(CDO) 등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파생상품 때문에 5천억원가량 손실이 생겼고, 1차 건설·조선 구조조정과 일반대출에서 생긴 부실에 대해 1조원의 충당금을 쌓으면서 전체적으로 5천억원의 적자를 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의 지난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기본자본 비율은 금융당국이 요구한 9%에 훨씬 못 미치는 7%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정부가 자본비율이 허약한 은행들에 자금을 넣어주기 위해 만든 ‘은행권 자본확충펀드’를 2조원가량 신청하겠다고 이미 공언한 상태다. 우리은행은 외환위기 직후 부실화된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을 합병하고 공적자금을 투입해 탄생시킨 은행으로, 정부가 대주주다. 공적자금을 받은 지 10년 만에 다시 대규모 정부 지원을 받게 된 셈이다.
우리은행의 대규모 적자는 그동안의 과도한 자산 확대(대출 늘리기)와 공격적 경영에서 비롯됐다는 게 금융업계의 대체적 평가다. 우리은행은 2004~2005년 시작된 은행권의 몸집불리기 경쟁의 선두에 서 있었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당시(2004년 3월~2007년 3월) 행장이었던 황영기 국민금융지주 회장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황영기 행장 시절 우리은행은 은행권 2위 자리를 차지하려고 주택담보대출를 늘리기 시작했고, 주택담보대출을 못하게 되자 중소기업대출, 펀드 판매 등으로 옮아가면서 확대 경쟁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2조원 가까운 손실을 가져온 파생상품 투자도 2005년 황 회장 재직 시절에 이루어진 것이다.
향후 전망도 밝은 편이 아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 4분기에 충당금을 넉넉하게 쌓은 점은 긍정적이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규모가 크고,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리스크도 큰 편”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건설업·조선업 대출 비율은 시중은행 평균보다 훨씬 높다. 중기대출 가운데 도소매업·숙박업·건설업 등 경기민감업종 비중도 50% 이상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수익률만 좇아서 자산을 늘리다 보니 리스크 관리를 등한시했다”며 “그 결과 지금 같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시에는 성장성과 자산 규모가 중요했고, 우리은행뿐 아니라 모든 시중은행들이 자산 확대에 집중했다”고 해명했다. 안선희 김경락 기자 sh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