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른 나라에선
차세대 성장산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노력은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다만 각 나라의 특성과 여건에 따라 추진 방식이 다를 뿐이다. 일본은 연료전지 등 7개 부문을 선정해 범국가적 차원에서 집중적인 육성 계획을 수립해가고 있다. 유럽연합도 통합유럽의 미래가 차세대 성장산업의 발굴에 있다는 인식 아래 무려 100조원에 이르는 연구개발 투자 계획을 세워 놓았다. 세계 산업을 이끌고 있는 미국은 원칙적으로는 기업간 경쟁을 통해 차세대 산업의 기반을 다져나간다는 입장이지만, 역시 핵심분야에서는 정부가 대규모 자금을 지원해 차세대 산업 성장의 밑자락을 깔아주고 있다.
세계 최고의 경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중국의 기세도 만만찮다. 중국은 이미 정부 주도 아래 1986년부터 5년 단위로 신기술 개발 계획을 세워 일사분란하게 추진하고 있다.
■ 중국 _ ‘863계획’ 기술개발·상품화
중국의 제4세대 지도부는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 등 공산당 집단지도부 9명이 모두 이공계이다. 따라서 첨단기술과 산업 경쟁력 육성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 더구나 이들은 모두 “과학기술이 제일의 생산력”이라는 덩샤오핑의 정책관을 전수받은 이들이어서 정책 방향을 둘러싼 이견도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 정책은 비교적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 장기간 일관되게 추진되는 장점도 있다.
중국의 차세대 산업 육성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최고 지도부는 원자바오 총리가 이끄는 ‘과학기술교육영도소조’다. 실무 지휘는 과학기술부가 맡고 있다.
현재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첨단 기술 개발 분야는 ‘863 계획’에 집약적으로 나타나 있다. 1986년 3월에 시작했기 때문에 ‘863계획’이란 이름을 얻은 이 프로젝트는 첨단 하이테크 기술개발이 목표이지만, 신기술의 시장화와 상품화도 연구 대상이다. 올해 끝나는 10차 5개년계획(2001~2005) 기간에는 6개 기술분야에서 19개의 주제, 5개의 특별주제 프로그램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주요 내용으로는 △정보기술(지능컴퓨터, 광전자부품 및 반도체, 정보처리, 통신, 초고속정보통신시범망) △생명·농업기술(생물공정, 유전자, 생물정보, 현대농업) △신소재기술(광전재료, 기능재료, 고성능구조재료) △선진적 제조와 자동화기술(컴퓨터통합제조, 지능로봇) △에너지 기술(원자력, 연료전지, 청청에너지) △자원과 환경기술(해양개발, 해양측량, 해양생물, 환경오염방지) 등이다.
지도부 이공계 출신 기술중시
정보기술 등 6개분야 집중연구
863계획과 별도로 중국 정부는 10차 5개년 계획 기간에 집중 육성할 12개의 ‘주요 프로젝트’와 20개의 ‘전략적 중점 분야’를 선정해 총 200억위안(2조8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12개의 ‘주요 프로젝트’에는 △차세대 광대역 통신망 △0.25 미크론 이상의 집적회로 △고선명 텔레비전(HDTV) △제3세대 디지털 이동통신 시스템 △텔레비전 위성 직접 중계시스템 △고속전철 △30~70인승 터빈 분사형 비행기 △생명공학 기술 △농업 시범사업 △석탄액화가스 △고부가 선박 △석탄 정화기술 개발 등이 포함돼 있다. 20개의 ‘전략적 중점 분야’에는 △소프트웨어 △전자 상거래 △정보·보안시스템 △디지털 전자제품 △신형 액정 모니터 △전자부품 소재 △한약 △마이크로 전자재료 △신소재 △정보통신망 △공장 자동화 △디지털 제어시스템 △첨단 교통시스템 △환경산업 △전지 △청정연료 자동차 △소규모 인공위성 △인공위성 응용 산업 △박막기술 응용산업 등이 포함돼 있다. 이 프로젝트는 19개 국가 기관과 22개 성·시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추진한다. 투자 예산 가운데 60억위안(약 8400억원)을 국가가, 나머지 140억위안(약 1조9600억원)을 국가기관과 지방정부, 기업이 지원한다. 중국은 이상의 첨단기술 분야를 일궈낼 수 있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해외 유학파들의 귀국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정책을 펴왔다. 각 성·시마다 ‘해외 유학생 창업원’을 설치하도록 한 게 좋은 예이다. 해외에서 배운 기술을 중국에 돌아와 창업에 응용할 경우 ‘창업 단계’부터 지원하겠다는 게 ‘유학생 창업원’의 설립 목적이다. 또 각 지방정부는 해외 고급인력의 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해 실시하고 있다. 가령 베이징시의 경우 해외파 고급인력에 대해 △베이징 거주증 발급과 3년 뒤 베이징 호구 부여(중국은 거주이전 통제정책을 실시하고 있어 베이징 호구 부여도 일종의 혜택) △스톡옵션 등 주식으로 받은 인센티브에 대한 소득세 면제 △기업 설립 뒤 3년간 법인세 면제 등 외자기업에 버금가는 파격적인 특혜를 부여하고 있다. 대학생의 벤처 창업에 대해서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대학생이 벤처 기업을 창업할 경우 2년간 휴학이 허용되며, 유망한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학교와 은행이 손을 잡고 지원하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sslee@hani.co.kr
■ 일본 _ ‘신산업 창조전략’ 7개산업육성 “앞으로 20~30년은 세계 1위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과 산업을!” 일본이 지난해 5월 차세대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신산업 창조전략’을 발표하면서 내건 구호다. 일본은 자국의 강점인 제조업을 살려나가는 동시에 고용 확대에 크게 기여할 다양한 서비스업을 창출해 역동성있는 산업구조로 바꾼다는 구상을 바탕으로 7개의 전략 산업 분야를 책정했다. 첨단 산업분야로 연료전지·정보가전·로봇·콘텐츠, 달라진 시장수요에 대응하는 산업분야로 건강복지·환경에너지·비즈니스지원이 꼽혔다. △ 연료전지=현재는 일부에서 연료전지 자동차를 한정 판매하는 수준이지만 장기적으로 자동차 시장에 격변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시장규모가 2010년 5만대에서 2020년 500만대로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 가정 등의 수요도 같은 시기 220만킬로와트에서 1천만킬로와트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본체와 재료, 부품 등 각 단계의 관련 기업들이 일체가 돼 조기 실용화를 위해 노력하는 새로운 개발·도입 시나리오를 작성한다. 기반연구에서 주변기기 개발까지 기술연구를 한층 강화하고, 수소 충전소의 정비 등 조기 실용화의 기반을 가속화한다. △ 정보가전=소재·부품부터 완성품까지 일본이 가장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다. 예를 들어, 액정·PDP·유기EL 등의 패널은 한·일·대만이 생산을 독점하고 있지만, 제조장비와 전자재료는 일본이 대부분 공급하고 있다. 제품의 기능 향상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사용 소프트웨어가 고도·복잡화하는 만큼 국제 표준화의 주도권 확보에 적극 나선다. 새 제품·시장을 창출하고, 사업화 시나리오의 공유를 통해 소재와 완성품 산업의 수직적 연계를 유지·강화한다. 제조업 살리고 서비스업 창출
단기간 실용화 기술예산 지원
△ 로봇=구동장치·센서·정보처리·소프트웨어 기술 등 폭넓은 요소기술과 이들을 통합시키는 기술이 필요한데 일본은 서구와 함께 세계 최상위권에 속한다. 산업용이 대부분인 로봇의 수요를 간호·의료·경비·보안 등 공장 이외의 용도로 확대한다. 공통 기반기술 개발을 계속해나가고, 간호·방재 등의 관공수요가 기대되는 부문의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 콘텐츠=다른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가 크고, 국가 브랜드 향상과 문화 이해 제고 등을 가져오는 만큼 콘텐츠 산업의 국제진출을 촉진한다. 디지털 시네마의 보급을 확대하고, 콘텐츠 생산사업자가 자금조달과 마케팅 등에서 유통사업자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를 개선한다. △ 건강·복지=2002년 551만명에서 2010년 750만명으로 고용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다. 건강서비스산업을 육성하고, 바이오기술을 활용한 맞춤의료와 예방의료, 재생의료를 확산시킨다. 우수한 제조기술을 활용해 관련 기기의 개발·보급에 힘을 쏟는다. △ 환경·에너지=관련 시장이 재활용·에너지절약·대체에너지 등에 그치지 않고 원재료와 부품 제조, 유통 등 공급부문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핵심 관건인 기술혁신을 가속화하고, 국제적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하기 위한 여건을 정비한다. △ 비스니스 지원=정보, 법무·재무·회계, 인재파견 서비스 등의 시장을 크게 확대하기 위해 제약요소인 인재부족과 규제 문제를 해소한다. 직종별 기술 표준의 정비 등을 통해 인재육성을 강화하고, 공적 부문부터 외부 업무위탁을 추진해 새 시장을 창출한다. 일본은 이런 7개 전략 분야가 각각의 시장확대에 그치지 않고, 광범위한 기반산업에 파급효과를 가져와 산업 전반의 고부가가치화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비교적 단기간에 실용화될 것으로 예상돼 민간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경제활성화 프로젝트를 ‘포커스 21’이란 이름으로 선정해 예산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 30개 프로젝트에 367억엔(2003년 기준)을 투입하고 있다. 바이오기술 등 생명과학 88억엔, 환경 44억엔, 나노기술·재료 61억엔, 정보통신 173억엔이다. 그렇지만 일본의 신산업 창조전략에 대해선 성장전망이 지나치게 장밋빛이고, 각 분야별로 기존에 추진해오던 것을 단지 종합했을 뿐 체계적 후속조처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 미국 _ 나노·항공·생명공학 집중 미국엔 정부가 나서서 차세대 사업종목을 발표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없다. 어느 산업, 어느 분야가 유망하고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는 기업들의 판단이 먼저다. 1980년대 반도체 분야에서 세마테크 컨소시엄을 조성한 것이 차세대 산업을 위해 민·관이 손을 잡은 첫 사례로 꼽힌다. 그렇다고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핵심 분야에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엄청난 액수의 연구·개발 투자가 이뤄진다. 기반시설을 정부가 깔아주는 것이다. 이 일을 맡고 있는 중추기관이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이다. 여기서 발표하는 ‘이니셔티브’(선도계획)는 미국 정부가 가장 힘을 쏟는 분야를 엿볼 수 있게 한다. 대표적인 게 2004년 발표된 ‘국가 나노테크놀로지 이니셔티브’ 전략계획이다. 이 계획의 목표는 미래 산업혁명을 이끌 나노기술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장악하는 것이다. 백악관은 전략계획에서 “나노기술 상용화를 위한 세계 수준의 연구·개발을 계속하고, 신기술을 경제성장과 공공이익을 위한 분야에 적용하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매년 연방정부 예산 중 10억달러를 나노기술 연구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 연구에 개입하는 정부부처 수를 기존의 6개에서 11개로, 정부산하기관 수는 6개에서 22개로 크게 늘렸다. 기업 선투자 정부 기반시설 제공
기초과학 분야 260억 달러 지원
미국 주도권이 확고한 또다른 차세대 분야는 항공우주산업이다. 2004년 2월 항공우주국(나사)은 ‘우주탐험의 비전’이란 새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의 폭발사고 원인조사를 토대로, 새로운 우주개발 전략을 담은 이 계획은 2020년까지 달에 유인기지를 건설하는 걸 당면목표로 잡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화성까지 진출한다는 게 미국의 청사진이다. 메릴랜드에 있는 국립보건원(NIH)은 미 정부의 생명공학 연구와 재정지원의 중심 축이다. 국립보건원은 1990년대부터 야심찬 인간지놈사업을 총지휘해 오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배아 줄기세포 연구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2001년 배아 줄기세포 연구엔 정부 연구개발비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이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11월 주민투표에서 매년 3억달러씩 10년간 30억달러를 줄기세포 연구에 투입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일리노이를 비롯해 다른 주들도 자체적으로 줄기세포 연구를 승인하는 법안을 준비중이다. 미국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2000년대 들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첨단 분야 뿐 아니라 기초과학 분야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2006년도 연방정부 예산에서 기초과학 연구에 배정된 액수는 260억달러에 달했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이 지구 기후변화 연구에 노력을 쏟는 건, 이것이 나중에 청정에너지 개발이란 차세대 산업에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 유럽 _ 9개분야 핵심기술 선정 “2007년부터 2013년까지 과학기술 분야에 732억유로(96조원)을 투입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지난달 초 발표한 ‘제7차 연구 및 기술개발 기본계획’의 핵심이다. 유럽연합이 2년여 논의 끝에 내놓은 이 청사진의 열쇳말은 ‘연구개발’이다. 유럽의 미래가 걸린 차세대 첨단 성장산업의 연구개발에 ‘올인’해, 경쟁국인 미국과 일본에 대한 기술적 우위를 ‘회복’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3월 벨기에에 모인 유럽 정상들은 2010년까지 유로권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지식기반 경제’로 만들기로 하고, 연구개발 투자를 국내총생산의 1.6%에서 3%대까지 높이기로 했다. 연구개발 '올인' … 두배로 늘려
회원국간 공동연구 상호보완
집행위는 유럽 경제를 이끌 성장동력으로, 건강·음식, 농업·생명공학, 정보·통신기술, 나노공학, 나노기술, 재료·제조기술, 에너지·환경, 교통·수송, 안전·공간연구 등 9개 분야의 핵심기술을 선정했다. 여기에 전체 예산의 절반이 넘는 450억유로가 투입된다. 유럽연합은 이미 에너지(수소, 태양) 등 비용 부담이 큰 분야에선 업계와 금융기관, 행정기관 등이 창여하는 ‘기술 토론회’를 구성해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개발은 정보·통신기술(ICT)에, 연구는 항공우주산업에 각각 무게가 실려 있다. 경제적으로 전·후방 연관 효과가 가장 큰 분야일 뿐 아니라, 지금도 미국과 일본에 맞설 만한 기술적 수준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항공우주산업은 ‘과학기술의 꽃’인 동시에 국제정치의 주도권과 안보 문제가 걸린 전략적 영역이기도 하다. 때문에 유럽은 오래전부터 독자적인 ‘우주(에 대한) 주권’ 차원에서 정부간 조직인 유럽우주청(ESA)이 중심이 돼 로켓 발사체와 통신위성 분야에서 견고한 사업 기반을 구축해왔다. 현재 인공위성 분야는 미국이 한수 위지만, 발사체 시장은 ‘아리안’으로 잘 알려진 유럽의 우주접근프로그램(EGAS)이 앞서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 민간 항공기 분야에서는 에어버스 대 보잉, 전투기 생산은 에어버스 모회사인 유럽항공우주산업(EADS) 대 록히드 마틴이 각각 시장을 나눠갖고 있다. 유럽연합은 생명공학 분야에서도 지놈(유전자), 백신 등 10여개 과제를 설정해 영국과 독일 연구진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연구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유럽연합의 ‘연구개발 올인’ 전략은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전략인 동시에, 미국과의 경쟁력 격차를 줄이기 위한 돌파구이기도 하다. 이는 유로권이 꾸준한 경제 통합을 이뤘지만, 과학기술 부문에서는 개별 회원국 차원의 정책이 주도한 탓에 투자 중복과 경쟁력 저하로 이어졌다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유럽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역내 전체 차원의 일관된 과학기술 정책을 짜고, 회원국간 상호보완적 과학기술을 조율하고 통합하는 게 시급하다는 것이다. 결국 유럽연합 집행위의 야심찬 ‘과학기술 백년대계’는 계획 집행 과정에서 회원국간 동의와 협조를 끌어내고 이해관계를 풀어내느냐, 그리고 회원국간 산업기반 및 과학기술 수준의 격차를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는 셈이다.
주한 유럽연합대표부 관계자는 “유럽경제는 그동안 과학기술 분야에서 투자가 매우 미흡했다”며 “회원국간 공동 연구와 상호 보완을 통해 신기술을 개발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중국의 제4세대 지도부는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 등 공산당 집단지도부 9명이 모두 이공계이다. 따라서 첨단기술과 산업 경쟁력 육성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 더구나 이들은 모두 “과학기술이 제일의 생산력”이라는 덩샤오핑의 정책관을 전수받은 이들이어서 정책 방향을 둘러싼 이견도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 정책은 비교적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 장기간 일관되게 추진되는 장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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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 등 6개분야 집중연구
863계획과 별도로 중국 정부는 10차 5개년 계획 기간에 집중 육성할 12개의 ‘주요 프로젝트’와 20개의 ‘전략적 중점 분야’를 선정해 총 200억위안(2조8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12개의 ‘주요 프로젝트’에는 △차세대 광대역 통신망 △0.25 미크론 이상의 집적회로 △고선명 텔레비전(HDTV) △제3세대 디지털 이동통신 시스템 △텔레비전 위성 직접 중계시스템 △고속전철 △30~70인승 터빈 분사형 비행기 △생명공학 기술 △농업 시범사업 △석탄액화가스 △고부가 선박 △석탄 정화기술 개발 등이 포함돼 있다. 20개의 ‘전략적 중점 분야’에는 △소프트웨어 △전자 상거래 △정보·보안시스템 △디지털 전자제품 △신형 액정 모니터 △전자부품 소재 △한약 △마이크로 전자재료 △신소재 △정보통신망 △공장 자동화 △디지털 제어시스템 △첨단 교통시스템 △환경산업 △전지 △청정연료 자동차 △소규모 인공위성 △인공위성 응용 산업 △박막기술 응용산업 등이 포함돼 있다. 이 프로젝트는 19개 국가 기관과 22개 성·시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추진한다. 투자 예산 가운데 60억위안(약 8400억원)을 국가가, 나머지 140억위안(약 1조9600억원)을 국가기관과 지방정부, 기업이 지원한다. 중국은 이상의 첨단기술 분야를 일궈낼 수 있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해외 유학파들의 귀국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정책을 펴왔다. 각 성·시마다 ‘해외 유학생 창업원’을 설치하도록 한 게 좋은 예이다. 해외에서 배운 기술을 중국에 돌아와 창업에 응용할 경우 ‘창업 단계’부터 지원하겠다는 게 ‘유학생 창업원’의 설립 목적이다. 또 각 지방정부는 해외 고급인력의 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해 실시하고 있다. 가령 베이징시의 경우 해외파 고급인력에 대해 △베이징 거주증 발급과 3년 뒤 베이징 호구 부여(중국은 거주이전 통제정책을 실시하고 있어 베이징 호구 부여도 일종의 혜택) △스톡옵션 등 주식으로 받은 인센티브에 대한 소득세 면제 △기업 설립 뒤 3년간 법인세 면제 등 외자기업에 버금가는 파격적인 특혜를 부여하고 있다. 대학생의 벤처 창업에 대해서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대학생이 벤처 기업을 창업할 경우 2년간 휴학이 허용되며, 유망한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학교와 은행이 손을 잡고 지원하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s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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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_ ‘신산업 창조전략’ 7개산업육성 “앞으로 20~30년은 세계 1위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과 산업을!” 일본이 지난해 5월 차세대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신산업 창조전략’을 발표하면서 내건 구호다. 일본은 자국의 강점인 제조업을 살려나가는 동시에 고용 확대에 크게 기여할 다양한 서비스업을 창출해 역동성있는 산업구조로 바꾼다는 구상을 바탕으로 7개의 전략 산업 분야를 책정했다. 첨단 산업분야로 연료전지·정보가전·로봇·콘텐츠, 달라진 시장수요에 대응하는 산업분야로 건강복지·환경에너지·비즈니스지원이 꼽혔다. △ 연료전지=현재는 일부에서 연료전지 자동차를 한정 판매하는 수준이지만 장기적으로 자동차 시장에 격변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시장규모가 2010년 5만대에서 2020년 500만대로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 가정 등의 수요도 같은 시기 220만킬로와트에서 1천만킬로와트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본체와 재료, 부품 등 각 단계의 관련 기업들이 일체가 돼 조기 실용화를 위해 노력하는 새로운 개발·도입 시나리오를 작성한다. 기반연구에서 주변기기 개발까지 기술연구를 한층 강화하고, 수소 충전소의 정비 등 조기 실용화의 기반을 가속화한다. △ 정보가전=소재·부품부터 완성품까지 일본이 가장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다. 예를 들어, 액정·PDP·유기EL 등의 패널은 한·일·대만이 생산을 독점하고 있지만, 제조장비와 전자재료는 일본이 대부분 공급하고 있다. 제품의 기능 향상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사용 소프트웨어가 고도·복잡화하는 만큼 국제 표준화의 주도권 확보에 적극 나선다. 새 제품·시장을 창출하고, 사업화 시나리오의 공유를 통해 소재와 완성품 산업의 수직적 연계를 유지·강화한다. 제조업 살리고 서비스업 창출
단기간 실용화 기술예산 지원
△ 로봇=구동장치·센서·정보처리·소프트웨어 기술 등 폭넓은 요소기술과 이들을 통합시키는 기술이 필요한데 일본은 서구와 함께 세계 최상위권에 속한다. 산업용이 대부분인 로봇의 수요를 간호·의료·경비·보안 등 공장 이외의 용도로 확대한다. 공통 기반기술 개발을 계속해나가고, 간호·방재 등의 관공수요가 기대되는 부문의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 콘텐츠=다른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가 크고, 국가 브랜드 향상과 문화 이해 제고 등을 가져오는 만큼 콘텐츠 산업의 국제진출을 촉진한다. 디지털 시네마의 보급을 확대하고, 콘텐츠 생산사업자가 자금조달과 마케팅 등에서 유통사업자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를 개선한다. △ 건강·복지=2002년 551만명에서 2010년 750만명으로 고용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다. 건강서비스산업을 육성하고, 바이오기술을 활용한 맞춤의료와 예방의료, 재생의료를 확산시킨다. 우수한 제조기술을 활용해 관련 기기의 개발·보급에 힘을 쏟는다. △ 환경·에너지=관련 시장이 재활용·에너지절약·대체에너지 등에 그치지 않고 원재료와 부품 제조, 유통 등 공급부문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핵심 관건인 기술혁신을 가속화하고, 국제적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하기 위한 여건을 정비한다. △ 비스니스 지원=정보, 법무·재무·회계, 인재파견 서비스 등의 시장을 크게 확대하기 위해 제약요소인 인재부족과 규제 문제를 해소한다. 직종별 기술 표준의 정비 등을 통해 인재육성을 강화하고, 공적 부문부터 외부 업무위탁을 추진해 새 시장을 창출한다. 일본은 이런 7개 전략 분야가 각각의 시장확대에 그치지 않고, 광범위한 기반산업에 파급효과를 가져와 산업 전반의 고부가가치화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비교적 단기간에 실용화될 것으로 예상돼 민간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경제활성화 프로젝트를 ‘포커스 21’이란 이름으로 선정해 예산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 30개 프로젝트에 367억엔(2003년 기준)을 투입하고 있다. 바이오기술 등 생명과학 88억엔, 환경 44억엔, 나노기술·재료 61억엔, 정보통신 173억엔이다. 그렇지만 일본의 신산업 창조전략에 대해선 성장전망이 지나치게 장밋빛이고, 각 분야별로 기존에 추진해오던 것을 단지 종합했을 뿐 체계적 후속조처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 미국 _ 나노·항공·생명공학 집중 미국엔 정부가 나서서 차세대 사업종목을 발표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없다. 어느 산업, 어느 분야가 유망하고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는 기업들의 판단이 먼저다. 1980년대 반도체 분야에서 세마테크 컨소시엄을 조성한 것이 차세대 산업을 위해 민·관이 손을 잡은 첫 사례로 꼽힌다. 그렇다고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핵심 분야에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엄청난 액수의 연구·개발 투자가 이뤄진다. 기반시설을 정부가 깔아주는 것이다. 이 일을 맡고 있는 중추기관이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이다. 여기서 발표하는 ‘이니셔티브’(선도계획)는 미국 정부가 가장 힘을 쏟는 분야를 엿볼 수 있게 한다. 대표적인 게 2004년 발표된 ‘국가 나노테크놀로지 이니셔티브’ 전략계획이다. 이 계획의 목표는 미래 산업혁명을 이끌 나노기술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장악하는 것이다. 백악관은 전략계획에서 “나노기술 상용화를 위한 세계 수준의 연구·개발을 계속하고, 신기술을 경제성장과 공공이익을 위한 분야에 적용하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매년 연방정부 예산 중 10억달러를 나노기술 연구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 연구에 개입하는 정부부처 수를 기존의 6개에서 11개로, 정부산하기관 수는 6개에서 22개로 크게 늘렸다. 기업 선투자 정부 기반시설 제공
기초과학 분야 260억 달러 지원
미국 주도권이 확고한 또다른 차세대 분야는 항공우주산업이다. 2004년 2월 항공우주국(나사)은 ‘우주탐험의 비전’이란 새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의 폭발사고 원인조사를 토대로, 새로운 우주개발 전략을 담은 이 계획은 2020년까지 달에 유인기지를 건설하는 걸 당면목표로 잡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화성까지 진출한다는 게 미국의 청사진이다. 메릴랜드에 있는 국립보건원(NIH)은 미 정부의 생명공학 연구와 재정지원의 중심 축이다. 국립보건원은 1990년대부터 야심찬 인간지놈사업을 총지휘해 오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배아 줄기세포 연구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2001년 배아 줄기세포 연구엔 정부 연구개발비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이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11월 주민투표에서 매년 3억달러씩 10년간 30억달러를 줄기세포 연구에 투입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일리노이를 비롯해 다른 주들도 자체적으로 줄기세포 연구를 승인하는 법안을 준비중이다. 미국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2000년대 들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첨단 분야 뿐 아니라 기초과학 분야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2006년도 연방정부 예산에서 기초과학 연구에 배정된 액수는 260억달러에 달했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이 지구 기후변화 연구에 노력을 쏟는 건, 이것이 나중에 청정에너지 개발이란 차세대 산업에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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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_ 9개분야 핵심기술 선정 “2007년부터 2013년까지 과학기술 분야에 732억유로(96조원)을 투입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지난달 초 발표한 ‘제7차 연구 및 기술개발 기본계획’의 핵심이다. 유럽연합이 2년여 논의 끝에 내놓은 이 청사진의 열쇳말은 ‘연구개발’이다. 유럽의 미래가 걸린 차세대 첨단 성장산업의 연구개발에 ‘올인’해, 경쟁국인 미국과 일본에 대한 기술적 우위를 ‘회복’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3월 벨기에에 모인 유럽 정상들은 2010년까지 유로권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지식기반 경제’로 만들기로 하고, 연구개발 투자를 국내총생산의 1.6%에서 3%대까지 높이기로 했다. 연구개발 '올인' … 두배로 늘려
회원국간 공동연구 상호보완
집행위는 유럽 경제를 이끌 성장동력으로, 건강·음식, 농업·생명공학, 정보·통신기술, 나노공학, 나노기술, 재료·제조기술, 에너지·환경, 교통·수송, 안전·공간연구 등 9개 분야의 핵심기술을 선정했다. 여기에 전체 예산의 절반이 넘는 450억유로가 투입된다. 유럽연합은 이미 에너지(수소, 태양) 등 비용 부담이 큰 분야에선 업계와 금융기관, 행정기관 등이 창여하는 ‘기술 토론회’를 구성해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개발은 정보·통신기술(ICT)에, 연구는 항공우주산업에 각각 무게가 실려 있다. 경제적으로 전·후방 연관 효과가 가장 큰 분야일 뿐 아니라, 지금도 미국과 일본에 맞설 만한 기술적 수준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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