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채권만 매입” 방침도
정부가 ‘은행권 자본확충펀드’(이하 펀드)의 자금지원을 받는 은행들에 대해 애초 방침과 달리 인수합병(M&A) 자제, 비용절감 등 경영간섭 성격의 조건을 달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또 우선주 등 주식은 매입하지 않고 하이브리드채권, 후순위채 등 채권만 사들이기로 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8일“펀드의 지원을 받는 은행들에게 네거티브한 조건을 달지 않을 방침”이라며 “중소기업·서민 등 실물에 대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고 기업 구조조정 취지를 잘 이해하고 나서달라는 두가지 조건만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펀드의 목적은 새로운 기제를 활용하게 해서 은행이 제기능을 하게 하는 것”이라며 “다른 페널티를 부과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애초 지난달 18일 금융위가 펀드 운영방안을 발표했을 때는 “은행 쪽에 △비용절감 등 자구노력 △중기 및 서민지원 등 실물지원 △인수합병 등 불필요한 자산확대 자제 등의 지원 조건을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달 초순까지만 해도 금융위 쪽은 “펀드 돈을 받아서 인수합병처럼 투자용 자산 취득을 하면 안된다는 것은 기본적인 원칙 아니냐”는 태도였다.
이와 함께 정부는 펀드에서 은행들의 우선주나 상환우선주 등 주식형태 자산은 매입하지 않기로 입장을 정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우선주가 의결권이 없기는 하지만 주식이니만큼 기존 주주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복잡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불필요한 우려를 없애기 위해 채권만 매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애초 우선주, 하이브리드채권, 상환우선주, 후순위채 등 4가지 종류 자산을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태도를 바꾼 것은 시중 은행들이 정부의 경영권 간섭과 기존 주주의 이익 침해 등을 이유로 펀드 지원 신청을 꺼려하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펀드 지원을 신청하겠다고 밝힌 은행은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은행과 그 계열사밖에 없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산업은행의 대출금 등 공적인 성격의 돈으로 은행을 지원하면서 은행 경영에 어떤 제약도 하지 않는 것은 지나치게 은행의 처지만을 배려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펀드의 세부 운영방안을 이번달 안으로 발표한 뒤 다음달 초부터 은행들의 지원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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