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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한화, 대우조선 인수 무산 ‘초읽기’

등록 2009-01-15 19:34수정 2009-01-15 23:47

계속되는 한화와 산업은행간 공방
계속되는 한화와 산업은행간 공방
“분할매각 외엔 추가자금마련안 없다” 고수
산은 최후결정 남았지만 “판 깨졌다” 분위기
한화쪽은 이행보증금 3천억 반환소송 준비
“이젠 마음을 비웠다.”

한화그룹 장일형 부사장은 15일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우조선해양 분할매각 방식을 거절당한 뒤, 거듭 추가 자금마련 방안을 내놓으라는 산은의 요구에 “이미 최후의 카드를 내놓은 마당에 더 이상의 추가 자금마련 방안은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산은이 뜻을 바꾸지 않는 한, 한화로서는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화는 앞서 산은 쪽에 보유자산을 팔아 마련할 수 있는 3조원으로 우선 대우조선해양 매각대상 지분의 60%를 사고, 나머지 40%는 5년 뒤에 사겠다는 분할매각 방식을 제안했다. 하지만 산은은 지난 13일 “현실성이 부족하고 여전히 미흡하다”며 이날까지 자금마련 방안을 수정해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한화는 15일 오후 “재수정은 없으며 기존 안을 놓고 진지하게 협의해 보자”는 뜻을 산은 쪽에 최종 전달했다. 이로써 두달 가까이 끌어온 양쪽의 공방은 산은의 마지막 결정만을 남겨 두게 됐다. 하지만 산은이 이미 ‘분할매각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퇴짜를 놓은 만큼 사실상 양쪽이 이번 딜을 무산시키는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산은 한대우 기업금융4실장은 이날 “아직 (본계약 협상 시한까지) 시간이 있으니 일단 기다리겠다”고 공식 의견을 내놓았지만, 산은 내부에서는 이미 ‘판이 깨졌다’고 보는 분위기다. 산은 관계자는 “한화가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다음달에 산은 내부 인사가 있어 (누군가 책임지고) 결정할 상황이 못 될 뿐 현재로선 대우조선 매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산은 쪽은 그 근거로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할 만한 자금 여력이 없다는 걸 들고 있다. 한화가 현금 1조원을 갖고 있지만 실제 대우조선 인수에 쓸 수 있는 자금은 2천억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가 제시한 분할매각 방식도 사실상 값을 깎겠다는 것이어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다.

이 때문에 양쪽은 인수계약 성사보다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대비한 명분 쌓기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인수 무산에 따른 여론의 비난과 책임 공방에서 최대한 피해를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이는 이행보증금 3천억원의 반환 문제와도 연결된다. 한화 고위관계자는 “양해각서를 체결할 때 산은은 대우조선해양 노조 쪽에 노조와 협상이 이뤄져야만 정밀 실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며 “실사가 이뤄지지 못한 책임은 전적으로 산은에 있다”고 주장했다. 한화는 이행보증금 반환에 대해 ‘싸워볼 만하다’는 내부검토를 마치고, 이미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노조 관계자는 “본계약 체결 뒤에라도 확인실사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의 양해각서에 서명한 것은 한화도 이에 동의했다는 의미”라며 “꼬투리를 잡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산은도 그동안 “한화가 양해각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매도인 권리행사에는 전혀 문제가 없고, 3천억원을 몰취할 것”이라는 뜻을 밝혀왔다.


이재명 김경락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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