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매각 관련 한화와 산은의 입장 차이
한화 “무리해서 살 생각없어” 산은에 결단 요구
산은 ‘재협상 불가’…정부 “이번주 안으로 결정”
산은 ‘재협상 불가’…정부 “이번주 안으로 결정”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둘러싼 산업은행과 한화그룹 간 협상이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다. 산은은 13일 한화가 추가로 제시한 자금조달계획이 미흡하다며 다시 자금조달 방안을 제출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화는 “결코 무리해서 살 생각은 없다”며 더 이상은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산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한화가 제시한 자금조달계획은 전반적인 내용이 미흡해 이번 주 중으로 다시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한화가 제출할 방안의 실현가능성을 평가한 후 딜의 계속 진행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화 고위관계자는 “더 이상 어떻게 자금조달방안을 만들라는 것이냐”며 “협상이 진행 중인데도 산은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산은은 인수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화 쪽에 사모투자펀드(PEF)를 통해 한화 계열의 자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금조달을 돕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한화가 산은에 제출한 자금조달방안에는 인수대금을 분할 납부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가 현재 자체적으로 조달 가능한 자금은 인수금액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조원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분할 납부 방안은 기존 양해각서의 틀을 넘어서는 것이어서 산은이 일단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한화는 인수금액 자체를 깎아주지 않으면 인수 자체가 어렵다는 뜻도 내비치고 있다. 자금 마련도 어렵지만, 조선업 불황 여파로 수주 취소 등이 잇따르면서 대우조선해양의 가치가 애초 인수금액 6조5천억원 안팎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한화 고위관계자는 “아직 실사가 끝나지 않았지만 대우조선 부실이 1조원에 이르고 시장가치도 4조원 안팎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코 무리해서 살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한화 쪽은 이미 내부적으로 ‘가격조정범위’도 확정한 상태다. 이 관계자는 “양해각서상의 가격협상 범위 3% 정도로는 턱도 없다”고 말해, 그 폭이 상당함을 내비쳤다. 사실상 산은에 ‘특단의 정책적 결정’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산은은 이미 여러 차례 양해각서 상의 매각조건을 변경할 의사가 없음을 공표한 만큼 가격 재협상은 물론 잔금납부 기한 연장, 분납과 같은 매각조건도 절대 변경할 수 없다는 태도다.
따라서 한쪽이 크게 양보하지 않은 한,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는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산은과 한화의 협상이 이번 주 안에는 결정이 날 것”이라며 “한화가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 등에서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산은은 즉각 매도인 권리를 행사해 이행보증금 3천억원은 몰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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