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이후 경제 전망 시나리오
새해경제 두 가지 시나리오
세계각국 적극적 부양책…“바닥친뒤 하반기 회복”
신용축소·집값폭락 동반…“올 내내 경기둔화 국면” 지난달 18일 금융위원회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새해 경제를 전망하면서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 번째 ‘U자형’ 시나리오는 경기가 상반기에 바닥을 친 뒤 하반기부터 회복되면서 금융시장도 안정될 수 있다는 낙관론이다. 두 번째는 ‘L자형’(추락한 뒤 바닥을 기는) 시나리오다. 경기침체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 적어도 내년께까지는 회복되지 못하고 바닥을 길 것이라는 시각이다. 금융위는 “이 경우 실물과 경제 양쪽 모두에서 큰 폭의 재편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도산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은행의 부실도 심해져 구조조정과 실업이 많이 증가할 것이라는 의미다. 새해 상반기 우리 경제는 본격적인 침체 국면으로 들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자형이 현실화한다면 국민들은 춥고 긴 겨울을 견뎌야만 한다. 다행히 경기변화 추이가 U자형을 보인다면 국민들의 고통도 다소나마 줄어들 수 있다. ■ U자형 조기회복이냐 U자형 시나리오는 현재 세계 주요국 정부들이 내놓고 있는 적극적인 부양책과 유동성 공급 정책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상반기 0.6%에서 하반기 3.3%로 높아지고, 이어 2010년에는 4.0%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재천 한은 조사국장은 “하반기 정도가 되면 위기의 근원지인 미국의 금융시장이 서서히 회복되면서 신용창출(레버리징) 기능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신용경색이 완화되고 시장에 돈이 돌기 시작하면 실물도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2009년 경제운용방향에서 “정부가 유동성 공급, 감세, 재정지출 확대 과감한 위기극복 노력을 계속하면 조기에 위기를 극복하고 2010년께는 정상 성장 궤도에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유선 대우증권 연구원은 U자형보다 아랫부분이 조금 더 넓은 ‘접시형’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올해 하반기가 되면 경기가 더 이상 나빠지지는 않겠지만 의미 있는 반등은 2010년 중후반기에나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정부가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재정을 투입하면 하반기부터 효과가 나타나겠지만, 각국 정부들이 과잉산업을 정리하는 구조조정에 소극적이라는 점이 회복 속도를 더디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 L자형 장기침체냐 L자형 시나리오를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이번 경기침체가 일반적인 경기순환상의 둔화국면이 아니라 엄청난 신용거품(과잉유동성)이 터지면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단기간 내 치유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올해 경제전망에서 “이번 경기침체는 신용축소, 주택가격 폭락을 동반하는데다 세계 경제 동반침체라는 악재까지 추가돼 과거 어느 침체기보다 폭이 깊고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내내 경기둔화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근태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원도 “올해 하반기에 위축의 속도가 완화는 되겠지만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기는 어렵다”며 “내년에도 본격적 회복보다는 성장 둔화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그러면서도 “각국 정부들이 적극적인 부양책을 펴고 있고, 중국이라는 대체세력이 있기 때문에 1930년대 대공황이나 일본 장기불황처럼 5년 이상의 장기불황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짧은 L자형 침체를 보일 것이라는 의미다. 금융위 관계자도 “이번 위기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강력하지만 이에 대한 각 정부의 대응과 정책공조도 전례가 없는 것”이라며 “장기불황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긴 L자형 침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이종우 에이치엠시(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장기불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의 유일한 근거는 대공황이나 일본 경우와 달리 각 정부와 중앙은행이 적극 나서고 있다는 사실뿐”이라며 “이 또한 처음 겪는 일이라 그 효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은 지난 수년간의 거품경제 대가를 혹독하게 치러야 할 지 모른다”며 “이 경우 세계경제는 활력을 잃은 채 장기간의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신용축소·집값폭락 동반…“올 내내 경기둔화 국면” 지난달 18일 금융위원회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새해 경제를 전망하면서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 번째 ‘U자형’ 시나리오는 경기가 상반기에 바닥을 친 뒤 하반기부터 회복되면서 금융시장도 안정될 수 있다는 낙관론이다. 두 번째는 ‘L자형’(추락한 뒤 바닥을 기는) 시나리오다. 경기침체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 적어도 내년께까지는 회복되지 못하고 바닥을 길 것이라는 시각이다. 금융위는 “이 경우 실물과 경제 양쪽 모두에서 큰 폭의 재편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도산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은행의 부실도 심해져 구조조정과 실업이 많이 증가할 것이라는 의미다. 새해 상반기 우리 경제는 본격적인 침체 국면으로 들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자형이 현실화한다면 국민들은 춥고 긴 겨울을 견뎌야만 한다. 다행히 경기변화 추이가 U자형을 보인다면 국민들의 고통도 다소나마 줄어들 수 있다. ■ U자형 조기회복이냐 U자형 시나리오는 현재 세계 주요국 정부들이 내놓고 있는 적극적인 부양책과 유동성 공급 정책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상반기 0.6%에서 하반기 3.3%로 높아지고, 이어 2010년에는 4.0%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재천 한은 조사국장은 “하반기 정도가 되면 위기의 근원지인 미국의 금융시장이 서서히 회복되면서 신용창출(레버리징) 기능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신용경색이 완화되고 시장에 돈이 돌기 시작하면 실물도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2009년 경제운용방향에서 “정부가 유동성 공급, 감세, 재정지출 확대 과감한 위기극복 노력을 계속하면 조기에 위기를 극복하고 2010년께는 정상 성장 궤도에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유선 대우증권 연구원은 U자형보다 아랫부분이 조금 더 넓은 ‘접시형’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올해 하반기가 되면 경기가 더 이상 나빠지지는 않겠지만 의미 있는 반등은 2010년 중후반기에나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정부가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재정을 투입하면 하반기부터 효과가 나타나겠지만, 각국 정부들이 과잉산업을 정리하는 구조조정에 소극적이라는 점이 회복 속도를 더디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 L자형 장기침체냐 L자형 시나리오를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이번 경기침체가 일반적인 경기순환상의 둔화국면이 아니라 엄청난 신용거품(과잉유동성)이 터지면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단기간 내 치유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올해 경제전망에서 “이번 경기침체는 신용축소, 주택가격 폭락을 동반하는데다 세계 경제 동반침체라는 악재까지 추가돼 과거 어느 침체기보다 폭이 깊고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내내 경기둔화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근태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원도 “올해 하반기에 위축의 속도가 완화는 되겠지만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기는 어렵다”며 “내년에도 본격적 회복보다는 성장 둔화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그러면서도 “각국 정부들이 적극적인 부양책을 펴고 있고, 중국이라는 대체세력이 있기 때문에 1930년대 대공황이나 일본 장기불황처럼 5년 이상의 장기불황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짧은 L자형 침체를 보일 것이라는 의미다. 금융위 관계자도 “이번 위기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강력하지만 이에 대한 각 정부의 대응과 정책공조도 전례가 없는 것”이라며 “장기불황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긴 L자형 침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이종우 에이치엠시(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장기불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의 유일한 근거는 대공황이나 일본 경우와 달리 각 정부와 중앙은행이 적극 나서고 있다는 사실뿐”이라며 “이 또한 처음 겪는 일이라 그 효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은 지난 수년간의 거품경제 대가를 혹독하게 치러야 할 지 모른다”며 “이 경우 세계경제는 활력을 잃은 채 장기간의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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