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노조 저지로”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오는 29일로 예정된 산업은행과의 본계약 체결 전에 실시하려던 정밀실사가 사실상 물건너가는 분위기다. 실사를 거쳐 가격협상을 벌인 뒤 본계약을 체결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 경우는 본계약 체결 뒤에 가격조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한화 관계자는 19일 “애초 실사를 마친 뒤 가격조정을 거쳐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었지만, 노조 쪽의 저지로 본계약 체결 전 실사는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화는 지난달 14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100여명 규모의 실사단을 구성해 3~4주에 걸쳐 정밀실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고용보장과 종업원 보상 등을 요구하며 산업은행과의 교섭이 끝날 때까지 실사를 막겠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한화는 한달이 넘도록 실사에 나서지 못했다. 산업은행은 노조가 실사를 수용하도록 한화가 적극 나서주길 촉구하고 있지만, 한화는 우선협상대상자는 노조와 협상할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한화가 내부적으로 잔금 납부에 필요한 자금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어 실사 시기에 연연해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한화는 대한생명 지분 20%를 매각하려고 추진 중이지만, 매입 희망자들이 너무 낮은 가격을 제시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흥군자매립지 등 부동산 매각도 경기침체와 금융경색으로 제 값에 팔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화 관계자는 “2조원 가량을 재무적 투자자와 은행대출로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금융경색으로 인수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사실이다”며 “가능한 모든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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