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기본자본 비율9%로’ 압박…자금 투입 준비
시중은행들 자본확충에 최소 10조여원 필요할 듯
‘경영권 간섭’ 우려 도움 꺼리지만 자체해결 어려워
시중은행들 자본확충에 최소 10조여원 필요할 듯
‘경영권 간섭’ 우려 도움 꺼리지만 자체해결 어려워
경기침체 속도가 빨라지고 주가, 원화값이 떨어지면서 은행들 사정이 더 나빠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선제적 자본확충에 나서라고 시중은행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은행들에 정부 자금을 투입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 정부의 직간접 지원이 이뤄질 경우 은행 경영에 대한 간섭 범위를 둘러싸고, 정부와 은행 사이에 갈등 기류가 형성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 국제결제은행(BIS)비율 위험 지난 3분기 말 이미 빨간불 경고를 받은 국내은행들의 실적·건전성 지표는 4분기 들어 더욱 악화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돈을 못 갚는 기업, 개인들이 늘어나면서 연체율 상승이 가팔라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10월 이후 연체율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며 “특히 중소기업 연체율은 이미 2%대(지난 3분기 말 1.33%)에 육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3분기 말 1200원이 안 됐던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 중반까지 올라섰다. 환율이 오르면 키코 피해 기업을 비롯한 기업들의 환손실이 늘어나면서 은행의 대손충당금도 증가하게 된다. 또 원화로 계산한 외화자산(외화대출) 규모가 늘어나면서 은행의 위험가중자산 규모가 증가하게 된다. 주가 하락도 은행들의 보유주식 평가액을 떨어뜨린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런 악재들이 쌓이면서 은행들의 기본자본(Tier1) 비율이 지난 3분기 말 8.2%에서 연말에는 7%대 중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내년은 하락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지난 4일 시중은행 임원들을 불러 내년 1월 말까지 기본자본 비율을 9%대로 높이라고 요구한 것도 이런 상황에 대비한 것이다. 기본자본에 보완자본(Tier2)까지 감안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국내 은행권의 경우 우량 은행 잣대(10%)를 웃돌고 있지만, 기업 부실화가 빠르고 진행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 자본확층에 비상 걸린 은행들 시중은행들은 그동안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보완자본을 높이는 데 주력해 왔다. 하지만 금감원이 기본자본을 높이라고 독려함에 따라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시중은행 전체적으로 필요한 액수는 10조원을 훨씬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이익이 나는 계열사에서 배당을 받아 은행에 넣어주는 방안 등을 포함해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주회사에서 회사채를 발행해 은행에 출자하는 한편, 은행 차원의 하이브리드 채권 발행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비(KB)금융지주는 지주회사 회사채를 발행하는 방법으로, 우리금융지주 쪽은 주주 배당을 유보해 자금을 마련할 방침이다.
경영권 간섭을 꺼려 일단은 자체적인 해결을 꾀한다는 방침인데, 이들 은행 중 일부는 결국 정부 쪽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 경색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원하는 만큼 돈을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순이익 규모가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 또한 자체적인 해결의 걸림돌로 꼽힌다.
■ 정부 물밑에서 자금투입 준비 정부는 ‘은행들 스스로 노력하는 것을 지켜보겠다’는 공식적인 입장과 달리 물밑에서는 은행 자금투입을 위한 단계별 계획을 짜고 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대통령에게 3단계 대책을 골자로 하는 ‘금융·기업 구조조정안’을 보고했다. 1단계는 은행의 자구노력, 2단계는 국책은행·연기금 등을 통한 우회적인 지원, 3단계는 공적자금 투입이다. 아직까진 1단계라고 할 수 있다.
국책은행의 자본금을 늘린(증자) 뒤 이를 통해 시중은행에 출자하는 방안도 당정간에 논의되고 있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9일 “은행의 자본확충 시기는 이를수록 좋다”며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에서 시중은행에 직접 출자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산은·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3개 국책은행에 대해 1조6500억원의 현물출자 세부계획을 확정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내년 예산에서도 이들 국책은행에 대해 대규모의 추가 출자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안선희 김경락 기자 shan@hani.co.kr
안선희 김경락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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