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유동성, 안전한 국고채에만 몰려…회사채 금리↑
달러 빌리기 점점 어려워…“기업 옥석가리기 필요” 지적
달러 빌리기 점점 어려워…“기업 옥석가리기 필요” 지적
정부와 한국은행의 유동성 공급, 기준금리 인하, 외채 지급보증 등 각종 대책에도 회사채 금리가 치솟고 외화차입 연장이 어려워지는 등 자금시장의 경색이 지속되고 있다. 연말 결산을 앞둔 기업과 은행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고, 가계의 이자 부담도 여전한 상태다.
■ 시중 금리 고공행진 계속 한은이 지난 10~11월 두달 사이 기준금리를 1.25%포인트나 내렸지만 국고채 금리만 이에 따라 하락했을 뿐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찔끔 하락에 그쳤고, 회사채나 기업어음(CP), 은행채 등은 오히려 더 상승했다.
한국증권업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 9월1일 5.88%였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5일 4.17%까지 떨어졌다. 반면, 각종 은행 대출의 기준 잣대인 91일물 시디 금리는 두달간 0.38%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쳐 5.45%에서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주택 담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 또한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BBB-’등급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9월1일 10.39%에서 지난 5일 12.44%로 올랐다. 3년 만기 은행채 금리도 9월1일 7.20%에서 5일 7.64%로 상승했다. 삼성카드는 지난달 28일 400억원 규모의 카드채를 최고 9.19%(3년 만기)의 금리에 발행했다. 카드채 금리가 9%를 넘은 것은 카드 사태가 발생한 2003년 10월 이후 5년2개월 만이다. 카드채 금리가 상승하면 카드사의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등의 금리도 올라간다.
이런 양극화 현상은 한은이나 정부가 아무리 유동성을 공급해도 시중 자금이 안전한 국고채에만 몰릴 뿐 신용 위험이 있는 기업이나 카드·캐피털사 등은 돈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 달러도 여전히 부족 달러 자금시장 또한 불안한 상태다. 한은 국제수지 통계를 보면, 지난 10월 예금은행의 단기차입금 순유출은 200억5490만달러로 월별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내 은행이 국외 은행에서 빌려온 차입금의 만기 연장이 거의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11월과 12월에도 순유출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외환 스와프 시장에서 스와프 포인트 1개월물은 9월 중순 이후 마이너스(-)로 돌아서 6일 현재 -20.50원까지 내려앉았다. 이는 달러를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금리가 미국 금리보다 더 높기 때문에 스와프 포인트는 플러스(+)여야 정상이다. 원-달러 환율 또한 1400원대 후반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은 “지금 자금시장 경색은 유동성 리스크 때문이 아니라 크레디트 리스크(신용위험) 때문”이라며 “기업들에 대한 ‘옥석 가리기’를 통해 돈이 들어갈 데와 아닐 데를 명확히 구분해 주는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석태 한국씨티은행 연구원은 “건설사 대출 등으로 국내 은행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정부가 지급보증을 아무리 한다고 해도 국내 은행이 외국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