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경제] 아하 그렇구나
국제유가 폭락했는데 왜 국내 기름값은 ‘찔끔’ 내리나
국제유가는 폭락하고 있는데 국내 기름값은 ‘찔금’ 내리는 데 그치고 있다는 불만이 많습니다.
실제 대표적인 지표 유종인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지난 7월 배럴당 147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최근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수요가 줄면서 65% 넘게 하락했습니다. 반면 국내 휘발유 가격은 지난 7월 셋째 주 리터당 1948.72원에서 지난주 1460원대로 25% 가량 내렸을 뿐입니다. 경유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기름값 결정방식 때문입니다. 국내 정유사들은 국제시장(싱가포르 시장)에서 거래되는 석유제품 가격을 기준으로 운임, 환율 변동 및 기타 시장동향 등을 고려해 가격을 책정합니다. 1997년 이전에는 정부가 기름값을 고시했지만, 이후 유가 자유화가 시행되면서 잠시 원유가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그러다가 1999년 이후 석유 수입사가 증가하고 국제 석유제품이 본격적으로 수입되면서 국내 정유사들이 국제 석유제품 가격보다 높은 값으로 국내에 제품을 공급한다는 비판이 일자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바꾸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국내 석유제품의 정확한 추이를 알려면 국제유가가 아닌 국제 석유제품 가격을 봐야 합니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은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기름값에 반영됩니다. 국내 정유사들이 1주 혹은 2주 전 국제 석유제품 가격 평균을 적용해 국내 가격을 매기고 다시 주유소 판매 과정에 1주 정도가 걸려 모두 2~3주의 시차가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환율이 국내 기름값에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원화로 환산한 가격이 그만큼 높아지게 됩니다. 지난주 국제 휘발유 값은 2003년 말 수준인 배럴당 30달러 후반까지 떨어졌습니다. 당연히 국내 휘발유 가격도 당시 수준인 1300원대까지 내려가야 하지만 원화로 환산한 국제 휘발유 가격은 2006년 상반기 수준에 그치고 있어 국내 휘발유 가격도 1400원대에 머물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석유제품에는 가격변동과 관계없이 부과되는 세금이 많기 때문에 세후 가격 하락률은 더 낮게 됩니다. 물론 최종적으로 주유소에서 소비자에게 판매할 때 붙는 주유소 마진도 고려되어야 합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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