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하락 가능성 커 은행부실 우려
국내 은행들 재무제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수익도 대폭 줄었지만 무엇보다 은행 건전성의 잣대로 통용되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위험수위로 떨어졌다. 실물경제 침체가 이제 초입단계라는 점에서 은행 건전성과 수익성은 앞으로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2분기 대비 3분기 국내 은행들의 비아이에스 비율 변화(바젤Ⅱ 기준)를 보면, 국민은행(9.76%), 한국씨티은행(9.5%), 수출입은행(8.75%) 등 10%선 아래로 추락한 3곳을 비롯해 11개 은행이 하락했고 7개 은행만 상승했다. 바젤Ⅰ 기준으로는 두 군데를 빼고 모두 하락했다.
이는 3분기에 선물환 통화옵션상품 ‘키코’ 관련 중소기업 부도 같은 돌발요인이 생긴데다 경기침체로 연체율이 늘면서 충당금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충당금이 늘면 이익이 줄어들어 비아이에스 비율이 하락하게 된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실물경제가 나빠지면 은행의 연체율이 더 높아지고 이에 따라 비아이에스 비율 역시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비아이에스 비율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은행들이 유상증자, 배당 억제,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기자본을 늘리는 것이다. 둘째는 대출을 줄여 부실자산을 줄이는 것이다.
현재 은행들은 당장 비아이에스 비율이 10%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가장 손쉬운 후순위채(금리가 높은 대신 채권 행사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채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 외환, 기업 등 6개 주요은행이 올해 발행했거나 발행할 예정인 후순위채는 6조1550억원으로 지난해 2조9천억원의 갑절이 넘는다. 하지만 후순위채는 금리가 높아 수익성에도 안 좋고 발행 한도가 있어 미봉책일 뿐이다.
더구나 정부는 중소기업 등에 대출지원을 확대하라고 은행 쪽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침체기에는 건전성도 유지하고 대출도 늘리는 것은 양립하기 힘들다. 정부가 외채 지급보증 관련 양해각서 체결 등을 통해 은행 쪽에 자본확충 노력을 강조하는 것도 대출을 줄이지 않고 비아이에스 비율을 맞추는 것을 바라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런 정부 태도가 더 큰 부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계기업이나 가계에 대한 대출을 적절히 줄여나가야 은행의 부실을 막고 비아이에스 비율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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