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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한때 울산 석유화학단지의 젖줄

등록 2008-11-09 18:38수정 2008-11-09 19:35

울산 에스케이에너지 나프타분해 1공장 내 파이프라인 곳곳에 가동중단을 알리는 ‘운전 정지’ 표지판이 붙어있다.
울산 에스케이에너지 나프타분해 1공장 내 파이프라인 곳곳에 가동중단을 알리는 ‘운전 정지’ 표지판이 붙어있다.
[‘35년만에 가동중단’ SK에너지 나프타공장 가보니]
쌓이는 재고속 정적·한숨 감돌아
중국 생산량 감소로 직격탄
“두달 예정했지만 지켜봐야”
전남 여천단지도 사정 비슷

‘운전 정지.’

지난 7일 울산시 남구 석유화학단지에 자리한 에스케이에너지 나프타분해(NCC) 1공장의 풍경은 잔뜩 흐린 가을날씨 만큼이나 을씨년스러웠다. 파이프라인 곳곳엔 가동중단을 알리는 ‘운전 정지’ 표지판이 나붙어 있었다. 파이프라인의 압력을 표시하는 계기판의 바늘도 ‘0’을 가리켰다. 현장에서 설비를 점검하던 한 직원은 “평소엔 옆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소음이 크지만 가동이 중단돼 대화가 가능해졌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에스케이에너지 나프타분해 1공장이 지난달 27일부터 가동을 멈췄다. 1973년 가동을 시작한 이래, 간혹 감산에 들어간 적은 있지만 가동 자체를 중단한 것은 35년 만에 처음이다.

나프타는 각종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원료다.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의 기초유분을 얻고, 다시 이를 합성수지나 합성고무로 만들어 플라스틱, 비닐, 타이어, 섬유 등을 생산하게 된다. 이 공장은 나프타를 열로 분해해 한해 19만톤의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생산한다.

이 공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나프타분해공장으로 한때 울산 석유화학단지 입주업체들의 ‘젖줄’ 역할을 했다. 이곳이 가동을 멈춘 건 세계적인 경기침체 여파로 수요가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산업에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이 생산량을 줄이자, 주로 중국에 원료를 공급하던 우리 석유화학업체들이 줄줄이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에스케이에너지 이익희 생산조정팀장은 “한달에 1만톤가량의 에틸렌을 중국에 수출해 왔는데, 올림픽 이후 점차 줄기 시작하더니 10월엔 수출 물량이 70%가 준 3천톤에 그쳤다. 프로필렌 역시 1만5천톤에서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밝혔다.

수요 감소에 가격이 폭락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것도 사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 에틸렌 가격은 최근 두 달 동안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수출용 나프타의 톤당 가격은 400달러로 생산원가(톤당 600~7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런 어려움은 비단 에스케이에너지에 그치지 않고 있다. 울산화학단지 내 대다수 공장이 감산이나 가동중단에 들어갔다. 한해 25만톤의 아크릴 섬유원료를 생산해 중국과 동남아에 수출하는 태광산업도 지난 5일 추가로 설비 한 곳의 가동을 중단했다. 규모가 가장 큰 전남 여천 석유화학단지 업체 사정도 다르지 않다. 여천엔시시는 지난달 19일부터 30%를 감산했고, 이번주에는 한해 50만톤 규모의 나프타분해설비 1기의 가동 중단도 검토하고 있다. 그나마 가동을 하고 있는 업체들도 경제성이 있어서라기보다, 기존에 맺었던 납품계약을 맞추기 위해서다.

울산 석유화학단지 입주 공장 곳곳엔 각종 석유화학 제품 재고들이 쌓여가고 있다. 특히 비료 원료로 쓰이는 황은 지난해 중국에 톤당 600~900달러씩 하루 1500톤가량을 수출했지만, 지금은 거저 가져가라고 해도 거들떠 보지 않아 재고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이익희 팀장은 “4만~5만톤가량 되는 저장고도 연말이면 가득 차게 된다”며 “매립 여부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에스케이에너지 관계자는 “애초 가동중지 기간을 두달로 예정했지만,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 또한 이런 상황이 단기간에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허원준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 회장은 지난달 23일 지식경제부와의 간담회에서 “금융위기와 수요 둔화로 석유화학업계는 다른 곳보다 2배 이상 어렵다”며 “올해보다 내년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울산/ 글·사진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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