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시중은행 이익 전망
자기자본비율도 10% 밑돌아
대출 줄여 경제 악영향 우려
대출 줄여 경제 악영향 우려
30일 국민은행을 시작으로 다음달 초까지 시중은행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진다. 최근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이전하기 시작하면서 은행 부실화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첫 발표다. 이날 발표된 국민은행 실적과 다른 은행들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을 종합하면 은행 실적은 3분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내리막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10% 아래로 내려가는 은행이 나오면서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들의 이런 실적·건전성 악화는 그 자체가 실물경제 침체의 반영이자, 또다시 은행들의 보수적인 자산운용(대출)을 부추겨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경제에 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은행들 실적 악화= 케이비(KB)금융그룹은 출범 후 첫 분기인 올해 3분기에 568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주사 전환 전 연결기준 실적과 비교했을 때 전기 대비 11%가량 줄어든 것이고, 시장 예상보다 18%나 밑도는 수준이다. 이자부문 이익은 1조8225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비이자부문은 1190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순이자마진(NIM)은 2.89%로 전기 대비 0.09%포인트나 하락했다.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다른 은행들에 대한 실적 전망은 더욱 비관적이다. 삼성증권은 신한은행의 3분기 이익이 4150억원으로 전기 대비 47.5% 감소할 것으로, 하나은행은 850억원으로 72.4%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신한은행은 키코 손실에다 채권 부실 등이, 하나은행은 태산엘시디(LCD)가 부도난 게 큰 손실을 가져왔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런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더라도, 실물경제 침체에 따라 대손충당금이 계속 늘어나고 펀드 판매 감소 등으로 수수료 이익은 줄어들어 은행 순이익은 한동안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건전성 지표 하락, ‘우산’ 뺏지 않을까?= 은행의 건전성도 나빠지고 있다. 이날 국민은행은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이 0.82%로 전분기 대비 0.01%포인트 하락했지만 연체율은 0.01%포인트 상승한 0.68%를 기록했다. 자본적정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비아이에스(BIS)비율은 9.76%로 10%를 밑돌았다.
현재 감독당국이 요구하는 의무 비아이에스 비율은 8%이지만 우량은행 지도기준은 10%다. 국민은행 쪽은 지주사 전환 때 일시적으로 보유하게 된 자사주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국민은행은 특수요인이 있었다고 해도 대출 부실화, 주가하락 등 다양한 요인 때문에 다른 은행들의 비아이에스비율 역시 10%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비아이에스비율 10%는 의무기준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은행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지난 29일 주식시장에서 시중은행들의 비아이에스 비율이 10%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금융위원회 쪽이 나서 부랴부랴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진화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은행들의 실적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정부 쪽의 요구처럼 ‘비 오는 날 우산을 뺏지 않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향후 실물경제 둔화가 심해질수록 은행들의 연체율과 대손충당금은 증가하게 되고 은행들은 엄격한 자산운용을 통해 자산건전성을 관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구용욱 대우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은행들의 대출기준은 더 엄격해진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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