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악재 등 해소 못해
실물침체 극복 숙제 남아
실물침체 극복 숙제 남아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 소식으로 30일 국내 금융시장이 모처럼 활짝 웃었지만 밝은 분위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국내 실물경제 침체라는 우리 내부의 문제가 아직 숙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에 대한 전망부터 엇갈린다. 노상칠 국민은행 트레이드부 팀장은 “그동안 다소 투기적인 모습이 있었던 외환시장이 정상적인 수급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분석한 반면,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기업 도산이나 실물경제에 대한 우려로 환율이 계속 하락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스피지수가 바닥을 치고 올라갈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반응이 많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비정상적인 상황은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장기 전망은 결국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증시가 상승하려면 기업 실적이 나와야 하는데, 대출부담 등으로 가계의 소비여력이 살아나기 힘든 상황에서 기업 실적이 좋아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15%포인트나 하락하는 등 초강세장을 연출했다. 이제 환율과 물가 부담을 떨쳐버린 한국은행이 적극적인 통화정책 행보, 즉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진데다, 그동안 은연중에 채권시장에 짐으로 작용했던 ‘국가부도’에 대한 의심까지 말끔히 떨쳐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 가계와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은행채, 양도성예금증서(CD), 회사채 쪽은 크게 호전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날 시디금리는 전일과 똑같은 6.06%에 마감됐다. 회사채 3년물(AA-)은 0.02%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한 채권 매니저는 “통화스와프 체결이 대형 호재이긴 하지만, 은행채에까지 온기가 가기에는 건설사 문제 등 내부 악재가 해소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원은 “은행채 문제는 유동성보다는 신용 리스크”라며 “경기침체에 따른 은행 부실 문제는 심화되면 됐지 줄어드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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