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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1300~1400선에 왜 못팔게 했나” 항의 빗발

등록 2008-10-24 19:16수정 2008-10-24 22:56

코스피지수가 3년4개월 만에 1000선이 무너져 938.75로 마감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증권사의 텅 빈 객장에서 한 투자자가 자리를 뜨려고 우산을 챙기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코스피지수가 3년4개월 만에 1000선이 무너져 938.75로 마감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증권사의 텅 빈 객장에서 한 투자자가 자리를 뜨려고 우산을 챙기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코스피 1000붕괴
증시 ‘반토막’ 속수무책…객장마다 충격 휩싸여
“은행 권유로 중도금 낼 돈 펀드 들었는데” 탄식
온통 시퍼렇다.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대신증권 객장의 시세판에는 빨간색(상승한 종목)이 없었다. 시세판을 바라보던 7~8명의 투자자들은 코스피지수가 1000을 무너뜨리고 900선으로 곤두박질치자 말을 잇지 못했다. 여기저기서 ‘허, 참’, ‘휴’ 하는 한숨 소리만 새나왔다. 단말기를 두드려 보던 한 50대 투자자는 “심각하다, 심각해”라고 내뱉었다. 그 옆의 투자자는 “왜 이렇게 내려가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고 화를 냈다.

회사원 김대식(가명·31)씨는 “오늘 사무실에서는 ‘한강으로 가자’는 말을 하는 동료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직장생활 2년 동안 모은 3천여만원을 펀드와 주식에 나눠 투자한 김씨는 현재 수익률이 마이너스 70%다. 김씨는 “한달여 전부터 컴퓨터에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지워버렸다”며 “그나마 빚을 내거나 미수로 투자하지 않은 것을 한 가닥 위안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던 코스피 1000선이 무너지면서 한푼 두푼 모은 돈을 펀드나 주식에 투자했던 개미투자자들의 절망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지난 8월 말 개인 보유 펀드 계좌 수는 무려 2430여만개(8월말 기준)에 이른다. 주식 직접투자 인구도 440만명지난해말 기준)이나 된다. ‘국민 재테크’가 됐던 펀드 열풍은 결국 중산층과 서민의 눈물로 파국을 맞고 있다.

강아무개(50)씨는 “지난해 10월 은행에 갔더니 직원이 ‘왜 예금에 돈을 놔두느냐, 펀드에 들어가면 두 배로 불릴 수 있다’고 해 아파트 중도금 낼 돈을 집어넣었다”며 “절반 이상 손해가 나서 빼지도 못하고 중도금 연체이자를 물고 있다”고 말했다. 강씨는 “밤에 잠이 안 오고 곧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고 탄식했다. 김아무개(36·회사원)씨는 “피같이 모은 돈이 펀드 투자로 3천만원 이상 날아갔다”며 “더 욕을 할 힘도 없다”고 말했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도 투자자들의 분노가 쏟아졌다. 재테크 사이트인 ‘맞벌이 부부 10년 10억 모으기’에 글을 올린 한 투자자는 “지난해 수익을 조금 본 뒤 겁 없이 전재산을 주식에 투자했는데 지금 수익률이 마이너스 75%”라며 “결혼할 여자친구가 있는데 말도 못하고 있다. 오늘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제 투자자들은 절망감을 넘어 공포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아이디 ‘화이팅별맘’은 “오늘 1000이 붕괴하기 직전에 주식을 모두 팔아서 현금화했다”며 “9·11 때는 건물이 무너졌지만 지금은 나라가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에는 심지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행동지침까지 돌고 있다. ‘현금을 최대한 확보한다. 주식·펀드 등은 최단기간에 처분한다. 생필품을 미리 사둔다’ 등이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왜 1300~1400선에서 판다고 할 때 못 팔게 했느냐는 투자자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많은 사람들이 적금으로 생각하고 펀드에 들었기 때문에 이렇게 반 토막이 됐을 때 느끼는 상실감은 엄청나다고 봐야 한다”며 “소요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든다”고 말했다.

“내가 강을 건너고 있는 개미 같다. 더 가자니 물에 빠질 거 같고, 다시 돌아가자니 온 길이 너무 멀다. 망설이고 있는데 비가 온다.”(아이디 ‘심훈’)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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