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증시부양책과 비슷…“한은이 매입규모 결정”
금융위원회가, 기관투자가들이 증시에서 좀더 적극적인 구실을 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으로 하여금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보유한 국공채를 매입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1989년 증시 대폭락 때 정부가 한은에 증권사 등에 특별융자를 해주도록 해 증시를 떠받쳤던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임승태 금융위 사무처장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며칠 동안 기관투자자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보유한 통안채와 국고채를 한은이 환매조건부(RP)로 매입하는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통안채와 국고채는 지금도 한은의 매입 대상에 포함돼 있으며, 매입 규모는 한은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임 사무처장은 “기관투자자들은 요즘 환매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어 평소보다 더 많은 8~10%의 유동성 비율을 확보하려고 한다”며 “게다가 환매가 들어오면 완충 역할을 못하고 바로 팔아버리고 있어 기관투자자가 역할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정부의 정책 방향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투신사들이 유동성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언제든지 유동성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기관투자자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단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며, 초기 대응으로 한은이 부담을 갖지 않는 선에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을 수립했다”고 전했다.
임 사무처장은 “전세계 시장이 다 떨어지는데 우리 시장만 독야청청할 수는 없다”며 “가격을 타기팅하는 정책보다는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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