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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폴슨은 ‘친시장’ 정책 과오 참회

등록 2008-10-17 20:58수정 2008-10-17 21:02

위기 책임 공개 시인…“구제금융은 지출 아닌 투자”
미국의 ‘경제 사령관’ 헨리 폴슨(사진) 재무장관이 잘못된 경제 운영을 했다며 결국 고개를 숙였다.

폴슨 장관은 16일(현지시각) <폭스> 방송과 인터뷰에서, 규제 시스템과 시장 질서의 실패 등으로 70년 만(대공황 이후)에 최악의 금융위기에 이르게 한 수많은 과오들을 부끄럽게 여긴다고 밝혔다.

폴슨이 금융위기에 이르게 현 정부의 정책 실패를 공개적으로 시인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친시장’을 내세운 공화당 정부 각료로 입각한 그는 2006년 6월 재무장관 비준 청문회 때 “슬금슬금 확장되는 금융규제를 막겠다”고 공언한 뒤, 줄곧 그 입장을 고수해왔다.

지난해,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사태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때도 그는 “유례없는 세계 경제의 호황으로 서브프라임으로 인한 피해는 제한적”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서브프라임에 발목을 잡혀, 미 5위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올해 3월)가 제이피(JP)모건체이스에 헐값에 넘어갔고, 인디맥은행(7월) 등 모기지 업체들이 잇따라 파산했다. 그 때도 그는 사태 진화에 나서기는커녕, 시장 경제의 건전성과 복원력만 줄기차게 강조했다. 이어 한 달 뒤, 양대 정부보증 모기지 업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마저 위기에 내몰렸고, 결국 두 기관도 지난달 7일 당국의 관리를 받게 됐다.

그는 또 한 차례의 실수로, 금융위기를 잠재울 기회를 날렸다. 미 4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금융위기를 고조시킬 때도 그는 “단 한 번도, 리먼브러더스 문제 해결을 위해 납세자들의 돈을 쓰는 게 적합한 방법이라고 여긴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결국 리먼브러더스는 파산했다. “미국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과 신속한 복원력을 믿어도 좋다”는 그의 말은 아랑곳 않고, 미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검은 월요일’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뒤 이어 유럽과 아시아 등 전 세계 증시도 동반 추락했다.

미국 정부가 내놓은 은행의 부실자산 인수를 통한 구제금융 방안이 시장 불안을 잠재우지 못했지만, 그는 여전히 시장에 대한 신뢰를 보냈다. 대공황을 연구한 학자 출신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마저 은행 국유화가 가장 확실한 해법이라고 주장했지만, 그는 ‘그것만은 안 된다’며 반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처럼 뼛속까지 시장주의자였던 그도 결국 무릎을 꿇었다. 그는 지금 정부 개입의 맨 앞에 서서, ‘정부를 믿어달라’고 설득하고 있다. 지난 12일, 은행장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은행의 부분 국유화 계획을 받아들이라는 최후 통첩을 한 것도 바로 그였다. 그리고 16일, “7천억달러의 구제금융안은 지출이 아니라 투자”라며,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이들의 설득에 나서기에 이르렀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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